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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기 2008.01.03

아기의 동거가 벌써 한달이 넘었다. 집 안에 아기가 있으니 그 녀석 챙기는 것이 어머니(그 녀석의 외할머니)의 큰 일과가 되었고, 그 녀석은 만만한 외삼촌(나)을 괴롭히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어찌되었건 식구들이 그 녀석에게 여러모로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아기가 있는채로 밥을 먹거나, 가족들이 모여있을 때. 그 아기가 특정인물에게 비교적 강한 친근감을 표시하면 나머지 어른들 마음 속에는 작게나마 질투가 생긴다는 생각이 살짝 든다. ( 이 문장의 내용이 틀렸다면, 이것은 어떨까? ) 여럿이 함께 있는 가운데 아기가 한 명에게 특히 다가온다면 그는 괜히 우쭐해진다. ( 이것은 꽤 맞는 얘기이다. ) 그리고 그 우쭐한 마음은 우울한 어른의 마음에 생기를 더해주고, 어른은 오랜만의 생기가 반가워 더욱 아기에게 잘보이고자 아기를 안아주고, 말 걸어주고, 웃어주고, 먹을 것을 준다. 다시말해서, 어른 여럿이서 아기 하나에게 개별적이고 특별한 관심 한 번 더 받고자 그 정도가 무척이나 미미한 경쟁을 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아기가 본인에게만 특별한 미소를 준다면 그 어른은 아기에게 매력적인 자신의 모습에 대해 흐뭇해진다. 그리고, 그 흐뭇함을 유지하기위해 아기에게 이상한 소리를 내며 웃어주고는 한다. 한 번 더 그 개별적이고 특별한 웃음을 얻어내기 위해서 말이다.

틀렸나? 그럼 할 수 없고.

근거삼을 만한 경험담...이 있기는 한데. 구태의연해질까봐 쓰기 두렵다. 예도 하나 들지못하면서 우기는 것이 쓸데없이 미안해지지만. 어쨌든. 누구 말마따나 '아기는 누구에게나 이쁨을 받기위해 몸부림치는 존재'가 맞다는 생각보다는 '아기를 서로 이뻐해주기위해 몸부림치는 어른들이 실재한다'라는 것이 하고 싶은 얘기이다. 아기와 놀아주는 것은 아기의 의지가 아니라, 어른들의 의지가 더 큰 것일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따위의 소모적인 말장난이 되어버렸지만. 만만해서인지 자꾸 나를 혼자 못있게 하던 아기가 갑자기 없어지면 허전한 것을 이런 말장난으로나마 때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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