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일년간, 내 블로그에 나도 들르지 않았었다. 목적 자체가 일기장이었기 때문에 별 개의치는 않는다만..
아이폰4를 장만했고 그 덕에 엔간한 SNS는 다 기웃거려봤지만..트위터나 페이스북, 카카오톡 모두 적응 안되기는 마찬가지다-
루이스가 물었다. 그렇게 눈치보면서 월급쟁이 생활하는 게 좋다라면 할 수 없지만, 그렇다면 너의 삶은 어디있느냐. 힘들 때 파도를 타러 갈 수 있는 마음의 여유는 어디 있느냐. 라고 또박또박 한국어로. 그의 한국어 실력이 나의 영어실력과 비슷하던 때도 잠깐 있었던 걸 생각하면... 난 지금껏 제자리. 발전없고 지루한 삶. 얻은 것이라고는 지방간과 내장지방뿐. 자기관리의 실패도 아닌, 시도도 하지 않은...
나는 혹시 내가 "안정되고 편안한 삶"을 낚으려고하면서 절대 낚을 수없는 포인트에 낚시대를 내려놓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책상은 작아도 서울이 내려다보이는 큰 창문이 있다면... 보장된 미래는 없지만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다면...
20세가 될 때는. '스무 살이 되면 뭔가 대단한 것이 있을거야'라는 기대감이 다소 있었는데도 막상 별 대단한 게 없었던 기억인데.... 30세가 될 때는 '별 거 있겠어'라는 마음이었는데 꽤 큰 마음의 변화가 생기는 것 같다.
28년만에 처음으로 내 사촌동생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평소에 말 좀 곱게 하고 다녀야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리고 더 늦기 전에. 더 늦기 전에...하면서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들이 자꾸 생각난다. 지나간 부끄러운 기억도 이제는 귀여운 양 그냥 쓰다듬으며 나를 용서해주고 싶다. 이제 앞으로 그런 실수를 안해야한다는 강한 마음 때문일지도. 이제는 정말 어른이라고 불리울 나이. 아직은 젊다지만 그래도 어리지는 않은 나이. 어려운 나이,30.
쳇 별 일 없을 줄 알았는데.
담배도 안 피는 게 좋을까 생각은 했지만 실천하지는 않기로 했다. 여전히 그 흡연시간의 즐거움을 대체할 것을 찾지 못했다.
당췌 언제 퍼져버릴지 모르는 불안한 마음에도 인수 후, 두 달이 되도록 아직 카센터를 한 번도 안데리고 가봤다.
오늘 운전하면서... 음악을 안틀고 차 소리를 들으며 다녀보니... 음악을 꼭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삐익대는 브레이크 패드, 커브 때마다 비명지르는 오토밋션, 수시로 웅웅거리는 엔진과 불시에 켜지는 엔진점검 경고.....어제 가족들과 '워낭소리'에서 늙어빠진 소가 움직일 힘이 없는 듯 멈춰서 움직이지 않던 소의 모습이 떠올랐다.
내게 있어서 차는 목적성을 수단이다. 내가 무슨 차를 타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차를 타고 어디를 가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그래도 목숨걸기는 싫다;
늘 2004년, 견인의 추억이 생각나는 운전석이다.
2004년, 뉴질랜드에서 한 석 달 정도 끌고다녔던 1981년식 혼다 어코드
아무 생각도 없이 냉각수로 수돗물 넣고 다니다가 Mt.Cook에서의 하룻밤 후 운명을 달리한 그 녀석↓
HBO의 TV시리즈Sex and the City에 나오는 Charlotte을 보고 있자면 생각나는 대학 여자 동기가 한 명 있다. 알게 된 지 얼마되지 않았을 무렵, 교내 구내식당 매점에서 그녀가 내게 물었다.
"JK야, 너는 인생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니?" 나는 말했다. "나의 뇌." 그녀는 놀라서 "왜?" 라고 했다.
그녀는 사실 '사랑이다' 아니면 '일이다' 뭐 이런 대답을 생각하고 물어 본 것이었다. 나의 이유는 간단했다. 내 뇌가 없으면 지금의 대화도 없고 너도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 당시 그 대답("나의 뇌")을 한 나를 수 년 간 자랑스레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 말을 던지는 내 스스로가 너무 멋지다고 생각했다. 특이한 것은 멋진 것이다라면서.
Kurt Vonnegut의 소설 Galapagos에서는 인간의 비대한 뇌가 서로 간의 견해 차이를 만들어 싸움을 만들어서 경제위기를 가져오게 하며 생태계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종국에는 지구의 환경을,지구에 존재하는 사회를 모두 파괴한다고 하였다. 지구가 살기힘든 행성이 되어가는 이유는 바로 인간의 뇌가 지나치게 비대하여 생각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견해차이가 발견되는 순간이다.
자, 나는 아직도 내 뇌가 좋고 중요한 것이라 여기고 있다.
그러나 이 뇌로 누군가와 싸우게 되고 다른 이의 마음을 다치게 하며 지구의 생명을 갉아먹고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전 인류가 동시에 뇌 축소 시술을 하기 전엔 나도 내 뇌를 포기할 순 없다. 뒤쳐지기는 싫은 게다.
그런데 어찌되었던 '뇌'가 작아진다면 최소한 음악을 들을 수 있고, 글자를 적을 수 있는 능력은 필수로 남겨두고 싶다. 지금처럼 음악을 틀어놓고 일기처럼 끄적이는 이 순간이 나의 뇌에 가장 감사하는 순간인 듯 하니 말이다.
그렇다. 외로운 것이다. 철없고 어린데다가 자립심도 부족하고 자존감도 없는 나 스스로에 대한 자괴에 흠뻑 젖어있다.
혼자서는 정말 아무 것도 못한다. 출근해서 퇴근까지는 계속 당장의 업무들만 생각하며 그럭저럭 지내고 툭하면 남아서 괜히 내일 낮에 해도 될 일 미리 해놓고.. 어쩌다 그냥 집에 오면 TV앞에서 쓰러질 때까지 리모컨과 씨름한다. 운동을 해야겠으나 규칙적인 생활리듬이 없다는 핑계고, 최근 터진 사건으로 주말에도 회사나가보느라 피곤하다는 핑계로 쉬는 날도 책 한 번 안보고 잠만 잔다.
그리고 자다가 자다가 할 일이 없으면 별로 없는 인간관계를 한탄하며 외롭게 인터넷 창이나 띄워보고 만다. 할 것도 없으니 연예인 사진 좀 보다가 그냥 만다.
피겨를 누가 잘하든지, 내 펀드를 포함한 모든 펀드가 어떻게 되던지, 미국에 누가 대통령이 되었는지, 국정감사에서 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난 상관없다. 상관 안한다.
당구는 왜 재밌어하는지, 스타크래프트나 위닝11하는 게 그렇게 재미있는 것인지 모르고 알고 싶지도 않다. 내가 직접하는 것도 심각하게 못할 뿐더러 남들 하는 것을 보는 것도 잘 참아내지도 못하는 것이 내게는 축구다. 그런데 왜 다들 축구라면 박사고 전문가인지 (심지어 목을 매는지) 이유가 조금은 궁금하다만 굳이 답을 원하지도 않는다.
난 참 심심하게 산다. 딱히 모아놓은 돈도, 명예도, 실력도 없다. 그냥 심심한 사람이다. 그러고보니 외로워도 싸다.
내게 꿈이 있다면 아마 나의 꿈은 이미 현실이 되어서 더 이상 꿈이 아닐 듯 싶다.
과거, 누가 내게 "꿈이 뭐니?"하고 물을 때, 나의 솔직한 대답은 "없다"였다. 그래도 하나 대보라고 하면, 혼날 것 같은 경우를 빼고는 얘기하는 답이 있었다. 국민학생 때는 '대학생', 중학교 다닐 때는 '회사원'. 고등학교 때는 아마 대강 '작가, 선생님' 등으로 둘러대면서 없는 꿈을 애써 감추고 다녔었지 싶다.
꿈이 없다. 근데 그게 꼭 있어야 하는 거였던가?
김영하의 <퀴즈쇼>를 읽었는데 가물 기억나는 부분이 이 꿈 이야기와 연결된다. 우리 세대는 선택을 강요당하며 산다는 얘기..서태지조차도 네 멋대로 살라..라고 강요했다는 부분. 아마도 하고자 하는 얘기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해야만 하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확실히 알 것을 강요 당하는 세대라는 얘기 였던 것 같다. (정확히 구절을 찾아 인용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표시를 해놓지 않아서 책장에서 꺼내 뒤져봐도 소용이 없었다.)
꼭 선택해야 한다. 꼭 알고 있어야 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좋아하는 게 있어야만 하는 상황. 없어서 못먹던 시절에는 꿈도 못꾸던 다양한 메뉴들. 메뉴들이 다양해진 만큼 선택의 기회는 많아졌고 각개의 가치는 비싸졌다. 어쩌면 '선택의 기회'에 대한 것도 부가세처럼 포함되어있는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일 하면서 살아야 한다. 꿈을 정하고 목표를 향해 매진하라. 그것이 하고 싶지 않다면 하지 말아라. 하고싶은 일을 하고 살아야 한다. (어폐가 있다. 하고싶은 일...이게 꼭 직업을 의미하는 일일 필요는 없으나 나는 직업을 얘기하는 중이다.)
기호의 선택을 강요당하며 살아 온 인생에서 나는 늘 그 선택의 기회를 당연히 여기며 누가 하라고 하는 것의 반대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을 즐겁게 생각하며 살아왔다.
1년 정도 팀장으로 모시던 나의 윗 분께서 오늘 우리회사로의 마지막 출근을 하셨다. 한두달 전부터 누가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할 때마다 마음 속으로 제일 먼저 생각나던 사건이었다. 팀장님의 퇴사. 회사에 가서는 티 안내려고 노력했지만 티가 많이 나는지 과한 동정의 말씀을 주신 분들도 계셨다. 내가 불쌍해보이기는 할 수 있겠지만 굳이 그렇게 강조 안하셔도 되는데. 하지만 내가 처음 이 부서에 발령 받고 불만없었던 것도 이 분 밑에서 일할 것이 너무 기대되어서였고, 다른 사람들 말은 잘 무시해도 이 분이 뭐라하면 꿈벅 다 믿어버리고는 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겉으로는 심하 것은 아니야라고 하지만 그 동안 사실 과하게 많이 의지했던 분이었다.
사람이 살면서 특히, 일하면서 좋은 동료나 선후배를 만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일 것 같은데 나는 참 운이 좋았다. 이 회사 들어와서 만난 두 명의 전 상사들은 참 좋은 선배들이었다. 공교롭게도 두 명 모두 여성. 다들 친절했고, 권위의식 0%, 분업철저, 센스 만점에 인간적인 매력도 다분한 사람들이었다. 부족한 점을 지적해주고, 잘하면 칭찬해주고. 나도 과연 저런 선배가 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선배들이었다. 나는 아직까지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다.
이번에 퇴사하는 분이 내게 남기고 가는 것은 이런 저런 버릇들이다. 나 역시 누구처럼 남 흉내내는데 도가 튼 막내다 보니. 말할 때 쓰는 문장들의 종결패턴이나 대화의 시작을 끌어내는 수법, 남에게 부탁할 때 쓰는 단계식 텍스트 같은 것부터 상황을 파악하고 결정하는 과정도. 꼭 닮아버렸다기보다는 그냥 약간 익숙해져있다. 이 익숙함만을 가지고는 그 분을 따라하는 수준에조차 못미친다. 하지만, 영향을 받은 것들 만큼은 잘 기억하고 익혀두려고 한다. 잊지않으려고 한다. 일단 지금 생각할 때는 나쁜 게 아닌 것 같으니까. 이제 당분간 누가 옆에서 잡아주지 않는데 나혼자 폭주하면 안되니까. 나중에 누군가 혹은 내 자신이 나를 다잡아 줄 때까지는 일단 현상유지만이라도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본다.
이제는 또 다른 누구를 만나게 될까. 흥미진진한 사건이다. 요즘 이 사건이 가장 주목되는 나의 사건이다. 내일부터는 아마 그 분께서 잘 막아주시고 계시던 일들이 나에게 혹은 또 다른 팀원에게 떨어질 것이다. 한가할 틈이 없을테니 다행이지만, 내 능력 밖의 일일까봐 걱정이다. 그러나, 익숙해진 몇 가지 버릇들을 잘 기억하며 잘 헤쳐나가야한다고 다짐해본다.
Farewell, B.
가시는 길에 요런 센스 만점의 멋진 선물을 주셨다. 안 그래도 음악 들으려고 컴퓨터 키고, 외장하드 키는 거 불편했는데... 그리고 컴퓨터로는 음악만 틀어놓고 책을 읽으려는 의도였으나 꼭 쓸데없는 인터넷 서핑을 하게되는 경우가 생기면 이런 청음 조건이 조금 미웠었는데.. 요런 앙증맞은 아이팟 스피커가 생겼으니, 기쁘게 컴퓨터를 무시해줄 수 있게 되었다.
스피커가 바닥에 있어서 자연스레 소리에 진동이 생긴다. 들고 들으면 다 고장나고 Tweater만 살아있는 스피커마냥 경박한 소리가 나지만 바닥에 잘 내려놓으면 바닥의 재료에 따라 미세한 차이를 두고 일반적인 스피커에 커버를 씌운 소리 비슷하게 난다. 아이디어가 좋은 것 같다. 모양도 그렇지만, 출력이 작은 스피커를 바닥의 울림을 이용해서 보완하고자 하는 아이디어를 발견하면서 진정한 산업디자인!을 느꼈다. MOMA가 내놓는 것은 이렇게 다르구나 싶었다. 좋은 소리는 아니라서 처음 듣는 곡을 듣기에는 좀 미안하고, 그냥 잘 아는 노래 딴짓하면서 흥얼거릴 노래 틀어놓기에는 딱이다.
내 아이팟 가죽 케이스는 검은색에 뚜껑도 있고 두껍기까지해서 아이팟에게 옷을 입힌 채 사용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뭐 어때, 집에서 쓰는 건데. 그러나, 사기 재질이라 밖에 들고다니기에는 좀 그런데도 여행용품으로 분류해놓은 이유는 의문이다. 그리고 그 재질 때문에 여러 사람에게 자랑할 수 없어 아쉽다.
가만히 보고 있자니 이런 소품을 보면 독립하고 싶어진다는 전 여자친구의 말이 생각났다. 진짜 자신의 공간이 생겼을 때 그 때 꾸미고 싶다고. 반면에 지금의 자형(姊兄)을 만나기 전부터 시집갈 때 가져갈 거라고 열심히 백화점 사은품을 모으던 큰누나의 처녀 시절도 생각났다. 그래서 지금 누나 집에 가보면 물병이나 반찬통은 다들 세트다. 사은품 세트.
나는 어쩔까. 일단 잘 쓰련다. 조카가 깨지않게 조심해달라고 누나한테 부탁이나 해보고 책상에 잘 올려놓고 아이팟 옷을 벗겨 올려놓고 음악을 틀어놨다. 좋은 거 아껴두면 뭐하나. 있을 때 써보고 가능할 때 즐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