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꿈이 있다면 아마 나의 꿈은 이미 현실이 되어서 더 이상 꿈이 아닐 듯 싶다.
과거, 누가 내게 "꿈이 뭐니?"하고 물을 때, 나의 솔직한 대답은 "없다"였다. 그래도 하나 대보라고 하면, 혼날 것 같은 경우를 빼고는 얘기하는 답이 있었다. 국민학생 때는 '대학생', 중학교 다닐 때는 '회사원'. 고등학교 때는 아마 대강 '작가, 선생님' 등으로 둘러대면서 없는 꿈을 애써 감추고 다녔었지 싶다.

꿈이 없다. 근데 그게 꼭 있어야 하는 거였던가?

김영하의 <퀴즈쇼>를 읽었는데 가물 기억나는 부분이 이 꿈 이야기와 연결된다. 우리 세대는 선택을 강요당하며 산다는 얘기..서태지조차도 네 멋대로 살라..라고 강요했다는 부분. 아마도 하고자 하는 얘기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해야만 하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확실히 알 것을 강요 당하는 세대라는 얘기 였던 것 같다. (정확히 구절을 찾아 인용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표시를 해놓지 않아서 책장에서 꺼내 뒤져봐도 소용이 없었다.)

꼭 선택해야 한다. 꼭 알고 있어야 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좋아하는 게 있어야만 하는 상황. 없어서 못먹던 시절에는 꿈도 못꾸던 다양한 메뉴들. 메뉴들이 다양해진 만큼 선택의 기회는 많아졌고 각개의 가치는 비싸졌다. 어쩌면 '선택의 기회'에 대한 것도 부가세처럼 포함되어있는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일 하면서 살아야 한다. 꿈을 정하고 목표를 향해 매진하라. 그것이 하고 싶지 않다면 하지 말아라. 하고싶은 일을 하고 살아야 한다. (어폐가 있다. 하고싶은  일...이게 꼭 직업을 의미하는 일일 필요는 없으나 나는 직업을 얘기하는 중이다.)

기호의 선택을 강요당하며 살아 온 인생에서 나는 늘 그 선택의 기회를 당연히 여기며 누가 하라고 하는 것의 반대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을 즐겁게 생각하며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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