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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3년 07월 30일 : 뭉크 2008.06.25
00127909 [] 뭉크
◎ 글쓴이 : 길구긴
◎ 글쓴날 : 2003년 07월 30일 [수] 11:2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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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겐의 자화상이라는이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저 눈이 바라보는 것이 심히 무서워진다. 애초부터 자화상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음에도 무심코 거울을 보며 내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내 눈은 흐릿하니 목표가 없고, 코는 기능과 디자인 모두 빵점이 상품이며 입은 헛되고 허황되고 불신감넘치는 생산물을 뽑아내기에 여념이 없었던 나머지 썩어가고 있었다. 봐줄만한 것은 귀뿐이라고 생각하여 뜯어내어 곰곰히 살펴보다가 그만 다시 붙여야하는 시기를 놓쳐 이제는 아예 쓸모가 없어졌다. 귀가 없어졌으니 내 얼굴에 더 볼 것을 없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안되겠다싶어서 심호흡 한 번 크게 하고 눈알을 빼보았다. 뒷통수를 잘 조준해서 톡톡 친 뒤, 크게 한 번 헤드뱅잉을 해서 빼보니 역시나 곰팡이가 피어있었다. 그 놈의 먼지 앨러지 때문에 눈이 빨개지고 간지러웠던 것은 눈알 뒤에 숨은 곰팡이가 먼지를 만나 반가와서 발광을 떨었던 게 분명하다. 이번에는 귀처럼 실패하지 않으려고 후다닥 도로 집어 넣었는데 그만 거꾸로 넣어버렸다. 역시 난 뭘해도 제대로 하는 것이 없다. 얼른 빼려했는데 너무 깊이 들어가서 빠지지가 않는다. 별 수 없이 시신경삼아 있던 핏줄을 붙잡고 잡아댕겼는데 힘을 과도하게 주는 바람에 끊어져 버렸다. 한숨을 쉬며 쓰레기통에 시신경들을 쓸어버리고 거울을 향해 다시 섰다. 뒤돌아선 오른눈알을  왼눈으로 바라보았다.오른눈알에 무엇이 보이기 시작한다.
                                     뇌...가 보인다. 그 어지러운 미로가. 의미할 것 없는 미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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