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85990 [일기] 액땜 참 거창하게 한다.
◎ 글쓴이 : Jay Kay
◎ 글쓴날 : 2006년 01월 08일 [일] 00:34:17
다들 오랜만에 보고는 새해인사를 하는데 난 멍하니 있었다.
늘 말을 별로 못한다. 항상 쫄아있다.
다른 어느 곳보다 긴장되고 주눅이 드는 곳이다.
오늘은 더더욱.
긴장을 너무 풀어서인지 저질러버린 그 실수는 정말..
이미 지나간 이야기라는 핑계로 다시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끔직하다.
액땜일까.
수습을 완벽히 하고 우울한 마음이 가라앉으려면 적어도 한두달은 걸릴 거라고 생각하니까 이거 참;;;; 난감하다. 스무살 때 부터 해오면서 단 한 번도 이 실수만은 안된다고 늘 주의를 듣던 얘기인데.... 이런 대박 실수를......
생각해보면 좀 그렇다.
중요한 수업임에도 자버리는 일... 영어를 해석해주는데 들어야지,들어야지 하며 그 앞 문장까지는 잘 듣다가 결국 중요한 문장에서 딴 생각을 해버리는 일....
듣기평가를 하는데 중간에 다른 생각으로 서너문제를 넘겨버리는 일...
시험을 보는데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에 잘보면 맞출 수 있는 문제를 대강 해버리고 나와서 결국 낮은 점수를 받은 일....
무엇보다도 아무 여과장치 없이 막 말하는 몹쓸 성격 덕에 최근 한꺼번에 돌아온 무수한 날카로운 나의 말들에 가슴이 뻥 뚤려버린 일.....
나는 늘 그래왔고 당연히 나니까(;워낙 좀;) 그러려니 하고 넘기려고 했는데...
어제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다가 엎질러서 옆에 있던 600원짜리 종이컵 커피를 어쩔 수 없이 4개나 사게 된 일.....부터 갑자기 모든 요즈음 나의 어리숙한 모습들이 연결되기 시작했다. 나사가 여럿 풀려서 멍~한 순간이 많아져서 그러는가 싶으면서....이러면 안된다고 생각하는데도 자꾸 내 실수들이 이어져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기운이 빠지게 그저 또 멍하게 쳐다본다.
분명 들었던 라면그릇을 잘 내려놓고 있었는데 아무 이유도 없이 손에서 힘이 빠져서 바로 테이블 위에서 그릇을 놓쳐버렸다.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참 없다.
지나갔다. 시간은 흘렀고 깨진 화병을 다시 붙일 수는 없으니 얼른 쏟아진 물 닦아버리고 새 화병을 사러나가던가 아니면 꽃을 자연으로 돌아가게 해야한다....후후
지하철에서 자는 것도 아니면서 내릴 정거장을 빤히 쳐다보면서 내리지 않는 멍청한 짓은 이제 그만 하고,
버스에서 자다가 깨어보니 내릴 정거장이어도 계속 자고 싶은 마음을 이겨내고 벨을 누르고 일어나는 의지(?)로!!! 정신 바짝 차리고 살자!!! 아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