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뿌리고 간 새벽의 씨앗이
귀로 스며들어 오고,
별자리를 가늠케만하는 밤의 서글픈 정취는
쉬고 있던 초록 불빛의 기억을 일으킨다.
기억의 바닥에 살짝이 귀를 누이면
텅 빈 머릿 속을 꿰뚫는 날카로운 바람이 불어온다.
그리고..
눈썹이 가득히 떨려온다.
허나, 내 시계(視界)를 흔들지는 못한다.
뼛 속 가득한 갈빛의 눈물이
눈썹이 떨리던 오른쪽 눈에서 흘러나왔다.
눈을 찡그려 감았다.
바람에 차게 식은 볼 위로 따스한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눈썹은 여전히 떨린다. 여전히.
혹시나 하여, 손으로 덮어 따뜻하게 해본다.
하지만 푸르르한 이 떨림은 추위 때문은 아닌가 보다.
계속 슬프게 떨려오는 눈썹에
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단념하기 위해 떨리는 눈썹과
흐르는 눈물을 지닌 채 비어있을 하늘을 올려보았다.
11월의 찬바람이 새벽달 위로 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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