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이야기/흠칫.살짝.놀란.일들'에 해당되는 글 18건

  1. '글로벌'하다는 것 2011.07.12
  2. 12년만에 다시 읽어보는 내 창작물 2011.06.15
  3. 책장정리 2011.04.03
  4. '말' - 비트없는 16마디의 가사 2010.02.03
  5. 『1Q84』2권 5장 133p 밑에서 6번째 줄 2 2009.10.27
  6. ...갈빛의 눈물... 2 2009.10.12
  7. 어둠의 속도 2009.08.12
  8. Galapagos, Kurt Vonnegut 1 2009.02.15
  9. 안헤도니아 | Anhedonia 1 2008.11.22
  10. 사랑, 가능하면 피하라 2008.06.22
어머니가 즐겨보는 일일드라마 중 하나가 식품회사(아마도 풀무원이라 추측되는)가 배경이다. '웅진코웨이 - 그린메이커(☞링크)'도 그렇고 '풀무원 - 바른먹거리 캠페인(☞링크)'도 보면 식품회사들의 진보적인 행보가 눈에 들어온다. 식품회사라 더욱 필요하다고 판단했겠지만 이들 뿐만 아니라 각계의 기업들이 안전함, 자연, 천연, 환경보호 등의 키워드들을 기업이미지와 연결하고자 한다.

안전하고 천연에 가까운 식품
, 스마트한 에너지 활용을 통한 지구 환경 보호. 이 두 가지는 서양 선진국들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중에 꼭 포함된다. 자본주의의 발전 뒤에 생긴 부작용들을 깨우치고 반성하는 태도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기업들도 똑같은 사고 단계를 거쳐서 결정한 것인지, 아니면 단지 서양 선진국들의 유행을 따라하는 것인지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아니더라도 '글로벌'한 행보 임에는 틀림없다.

'글로벌'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그 시장에서 유행하는 가치 '진도'를 따라잡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 아닐까 싶다. B2B라면 외국 기업의 '제조 공장'이 되거나 '조립 업체' 등의 위치를 차지하면 그만이겠지만, B2C라면 이야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시장의 소비자들은 하나의 문화권에 속해있고 단지 '낯설고 신기한'것을 이유로 새로운 제품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자신들이 추구하고 있는 가치와 일치하면서도 새로운 것을 만났을 때 지갑을 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해외의 소비자 시장에 진출하려면 그 소비자들이 공유하고 있는 문화를 이해하고 섞여나갈 수 있는 제품(브랜드 이미지)으로 접근해야한다. 그러기 위해 이미 알고있는 선진국들의 가치를 참고하고, 하나하나 짚어나가며 따라가는 것이 좋은 방법 일수도 있다. 예를 들어 안전하고 천연에 가까운 식품을 추구하는 문화라면 그에 맞는 식품문화를 표방하는 제품을, 환경보호에 대한 가치를 중요시 여기는 소비자들의 문화가 향후 주류 문화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 들면 환경보호에 대한 가치를 기업이미지와 연결시켜야한다.
그럼 왜 기업은 꼭 그 문화를 선도하는 캠페인을 해야하는 것일까? 그냥 남들하는대로 따라가면 안될까? 그것은 그 문화(환경보호,안전식품)를 공유하는 소비자들이 형성한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이 소수의 시장이 주류 시장이 되었을 때 지배력을 가질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이다. Fire Together Wire Together. 

'글로벌'하다라는 것이 단순히 외국의 수준에 맞추자, 선진국의 기준에 맞추자라는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외국인 소비자들이 공유하고 추구하는 문화를 이해하고 그들의 가치에 부합하는 재화을 만들어 공급하는 것이거나, 그런 재화를 소비하는 시장의 문화가 국내에 들어오기 전에 그 문화를 선도하여 시장까지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단, 그 문화의 소비 경제 수준에 따라 가치는 다르다. 다들 알다시피.
,

W.B.S. 라디오 드라마 "평범한 사건" 

Effect - 의자 끄는 소리, 웅성대는 소리 위로 수업 시작 종소리.

반장 : 차려. 경례.

모두 : 안녕하세요.

Effect(Background) - 웅성대는 소리 작게.

선생 : 임마, 니들은 교실이 운동장이냐? 왜 이렇게 먼지가 많아? 창문 다 열어. (점점 작아짐) 자식들이 시간되면 딱딱 수업준비 할 생각은 안하고…. 이게 뭐하는 거야? 책 펴.

Narr. : 난 정말 모르겠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건? 내가, 나만이 잘 할 수 있는 건, 뭘까? 아니 그보다 먼저 이 학교라는 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난 여기 뭘 하려고 있는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이런 문제의 답은 어떻게 해야 얻을 수 있는 건지 아무리 고민을 해도 또 모르기만 할뿐이다. 궁금 지수로 따지자면 한계치 100에 무려 99에 달하는 궁금함이다. 너무 평범한 일상 때문일까? 영, 답이 나오질 않는다. 머리만 복잡하다.

Music(Background) - Title Music.

진행 : WBS Drama, 평범한 사건. 극본,*****, 연출, 남***.

Music off.

Effect(Background) - 웅성대는 소리.

동진 : 야, 이거 봐.

재석 : 단성대 고교 백일장?

Effect off.

동진 : 재석이, 너 한 번 나가봐라. 딱이다, 야.

재석 : 글쎄. 한 번 나가 봐?

정호 : 뺄 게 뭐 있냐? 혹시 알어? 이걸로 대학 갈지?

재석 : 근데, 내 글은…. 야, 학교 선생님들도 안 뽑아주는데, 뭐. 괜히 헛수고하기 싫어.

정호 : 헛수고는 무슨 헛수고야? 대학 교수들은 다를지도 몰라. 한 번 해봐.

동진 : 야, 근데 이게 일요일이다. 야. 학교도 못 빼먹고…. 에이, 별론데. 헤헤.

남수 : (숨차서) 야, 야! 얘기 들었어? 김기범 사고 친 거 들었어?

재석 : 기범이가 무슨 사고를 쳐?

동진 : 왜? 지 왕따라고 자살이라도 했다냐?

남수 : 아니. 식칼로 박길주 배 찔렀데.

정호 : (놀라서) 뭐? 야! 그게 진짜야? 그래서, 그래서 김기범 어떻게 됐어?

남수 : 뭐, 끌려갔겠지, 뭐.

동진 : 한 번 찌르고 말았데?

남수 : 아니. 김기범이 찌르고는 말야…….

Music -

Narr. : TV에서나 보던 신기한 일이 우리 학교에서도 일어났다. 중학교를 같이 졸업한 기범이가 왕따가 된 것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이번 일은 정말, 놀라웠다. 학교가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 공부를 하라는 거 같기는 한데, 진짜 제대로 공부하는 녀석보다는 딴 짓하는 녀석들이 더 많고, 영화같이 살벌한 일들은 점점 늘어만 가고, 참 삭막한 곳이다. 나말고도 수백만의 학교에 다닌다는 녀석들, 다들 이 삭막함을 느끼고 있을지 궁금하다.

Music -

선생 : 넌 안돼.

재석 : 예?

선생 : 이런 백일장은 거, 누구냐. 3반의 준엽이 처럼 성적도 좋고, 교내 백일장에서도 인정받은 그런 애들이 나가는 거야.

재석 : 저, 그렇지만….

선생 : 학교에서 나갈 수 있는 인원이 제한돼 있는 거 알지? 그럼, 그만 가봐.

Effect - 문 닫는 소리

동진 : 뭐래? 야! 말 좀 해봐. 못나간데?

재석 : 어? 어.

동진 : 왜?

재석 : 뻔하지. 나같이 아무 것도 없는 놈은 못 나가는 거. 내가 뭐, 공부를 잘 하냐, 어디서 글이 뽑히길 해 봤냐. 치이, 별 볼 일 없는 놈은 끝까지 별 볼 일 없는건가 보다.

동진 : 선생들이 다 그렇지, 뭐. 게다가 우리 담탱이 별명이 괜히 해골바가지냐? 그게 생긴 거 때문은 아니래잖아! 암튼, 신경 꺼. 잘됐다, 야. 그 날 정호랑 월미도나 가자. 우리 가본지 오래 됐잖아.

재석 : 그럴까?

Music(Background) -

Effect(Background) - 환호성

정호 : 호오! 야, 기분 최고다!!

동진 : 야야아-!

재석 : 하하하, 야!

Music, effect off.

재석 : 정호야, 우리 한 번 더 타자.

동진 : 야, 너무 늦었어. 벌써 9시 반이야. 빨리 안가면 차 끊길 것 같은데.

정호 : 그래. 그만 타자. 돈도 별로 없잖아.

재석 : 헤, 너무 아쉬운데.

Effect - 오토바이 폭주음, 경적 소리. 경찰차 소리.

동진 : 야, 빠라빠라빠라밤이다.

정호 : 쟤 지금 짭새한테 쫓기는 거냐? 재밌겠는데.

재석 : 야, 저거 박길주 아냐?

동진 : 그러네? 저 자식 다 낮긴 나았나 보네.

정호 : 김기범 그 녀석, 찌를라면 제대로 찌를 것이지. 죽이지도 못하냐? 으이그.

재석 : 야, 기범이도 죽일 생각은 없었을 거야. 뭘 그런 말을.

동진 : 죽일 만도 하지. 길주 저 자식이 김기범 좀 괴롭혔냐? TV에서 왕따 피해 실태라고 나오면 다 따라했잖아. 내가 김기범이었으면 아주, 목을 땄을 거야.

재석 : 치이, 조동진, 니가 과연?

정호 : 또 뻥이지, 뭐. 야, 조동진 네가 박길주 목을 따면, 난 우리 해골바가지 담탱이를 63빌딩에서 밀겠다, 임마.

동진 : 하하. 짜식.

Effect - 차가 급하게 서는 소리와 오토바이 넘어지는 소리.

동진 : 뭐, 뭐야?

정호 : 재석아, 저거 박길주지? 지금 치인 거 박길주 맞지?

재석 : 어,어…. 맞아. 박길주 맞아. 어.
동진 : 야, 저 자식 그래도 튀는데. 어라? 그래도 쩔뚝거리네.

정호 : 오늘 굉장한 구경했네. 낼 애들한테 끝내주게 얘기해 줘야겠다.

동진 : 과장과 약간의 뻥을 넣어서?

정호 : 하, 하, 하.

Music -

Effect - 통신 접속음, 마우스 클릭 소리 잠깐씩.

재석 : (Mic. - echo.) 학생복지위원회. 자유게시판. 3번. 어디 보자. 어? "학교는 누굴 위해 존재하는가?" 올린이. 세상괴상? 아이디 한 번 재밌네. 어디.

Effect off.

세상괴상 : 서태지는 컴백홈에서 세상의 끝을 본 적이 있다고 했다. 난 지금 학교의 끝은 보고 있다. 어른들은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절대 신경 쓰지 않는다. 학교라는 주형에 학생이라는 쇳물을 붓고 자기들과 똑같이 생긴 모양의 쇠가 나오길 기다리는 게 기성 세대다. 쇳물로만 보이는 우리들에게도 자신들과 같은 자유 의지가 있음을 무시하고 단지 자신들이 보여주는 길로만 가게 하려는 것이 어른이고, 지금의 학교의 모습이다. 이게 뭔가? 누굴 위한 교육인가? 앞으로 21세기를 이끌어 나갈 신세대들을 위해줘야 한다면서 제대로 하는 것이 도대체 뭐가 있는가? 선택의 기회는 줘보지도 않고 강요만 하는 게 교육인가? 그리고….

재석 : 흐음. 그도 그렇군. 그치만 어딘가 좀.. 어디 볼까? "세상괴상의 글에 대한 보충"이라? 기쁜슬픔? 음.

Effect - 클릭 소리 한 번.

기쁜슬픔 : 세상괴상의 말도 일리가 있다. 물론 학교는 그 모양이다. 진짜 엉망이고, 그의 말대로"끝"이다. 난 학교가 다 찌그러진 쓰레기통으로 밖에 안 보인다. 하지만 쓰레기통도 문제지만 쓰레기통 안에 들은 쓰레기가 진짜 문제다. 그 중에서도 주체여야만 하는 학생들은 학교가 그 모양인데도 전혀 바꿔 볼 생각도 안하고 가만히 앉아서 버티고 있다. 다들 그저 어떻게든 졸업만 하면 되겠지 하고 있는 것 같다. 자신의 꿈이 뭔지도 모르고, 자신이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면서 그저 버티고만 있는 것이다. 난 작년에 고딩 생활을 청산했다. 지금은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영화 공부를 하고 있다. 이게 바로 내가 원하는 쓰레기들의 모습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고등학교 졸업장 따위에는 집착을 버릴 줄 알았으면 좋겠다. 또…

재석 : 어후, 대단한데…. 쓰레기라…. 나도 쓰레긴가? 쓰레기. 음, 쓰레기라….

Music -

Effect - 캔 따는 소리. 봉지 소리.

정호 : 아, 아침을 안 먹었더니 너무 배고프다. 야, 나도 콜라.

동진 : 자.

재석 : 동진아. 너는 네가 학교 왜 다닌다고 생각 하냐?

동진 : 학교? 다니기는 싫지만 안 다니면 뭐 하게? 내가 뭐 재주 있냐.

정호 : (우물대며) 근데, 갑자기 그건 왜 묻냐?

재석 : 아니 그냥. 정호 너는? 너는 학교 왜 다녀?

정호 : 나? 나야. 임마. 니들처럼 아침에 빵 사주는 친구들 때문에 다니지. 헤헤.

동진 : 근데, 고등학교 졸업 못하면 군대 안간다며?

정호 : 진짜야? 그럼, 학교 그만 둬야 겠네.

동진 : 으이구, 하여간. 재석이 너, 뭔 딴 생각있나 본데, 너무 고민 마라. 다 그런 거지, 뭐. 내 
      철학인데, 한국에서는 학교든 사회든 아니꼽고 더러워도 알아서 기어야 사는 거래. 명심하라고.

정호 : 동진아! 그래서 네가 그렇게 키가 작구나. 땅바닥에 붙기 쉬우라고.

동진 : 어이구 이 자식이!

Music -
Narr. : 요즘 들어 내게 있어 학교는 뭘까라는 생각이 부쩍 많이 든다. 왜 내가 학교에 계속 있어야 하는 걸까? 난 공부하고 잘 맞지도 않는데, 그냥 글이나 쓰면서 지내면 안 될까? 꼭 배우기 싫고 별로 필요도 없는 미적분이나 따분한 음악, 미술을 배워야만 하는 걸까? 모르겠다. 학교에서는 뉴스에 나올만하고, 영화에 나올 만한 놀라운 일들이 계속 터지지만 잠시 얘깃거리가 된 후에는 사라지고. 다시 잠잠해지고 평범해진다. 평범한 나의 한 친구는 학교에 마지못해 다니고, 다른 한 친구는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고. 나는? 난 그 둘과 다른 게 뭘까?

Music -

선생 : 야! 강재석!

재석 : 네?

선생 : 너, 내가 몇 번을 불러서 대답했는지 알아? 책상 밑에 그거 뭐야?

재석 : 예, 저.

Effect - 걸음 걷는 소리 (구두)

선생 : 이리 내. 안 내놔!

재석 : 저….

Effect - 책 뺐는 소리.

선생 : 이게 뭐야? "학교 다니는 이유에 대한 글모음" 뭐야 이거? 수업시간에 누가 이런 거 보래? 내용은 또 이게 뭐야? 쳇, 이런 거 볼 시간에 공부나 해, 임마.

Effect - 책 던지는 소리

재석 : 선생님, 꼭, 꼭…. 버리실 것까지는 없지 않습니까?

선생 : 뭐? 이 자식 눈 봐라. 네가 그렇게 쳐다보면 어쩔 꺼야?

재석 : 제, 제 겁니다. 왜 함부로 하시냐구요?

선생 : 뭐라고? 너 지금 대드는 거야? 수업 시간에 집중하라고 일러줬더니만 고마운 줄은 모르고 이 놈이 어디서? 이 놈아, 그 딴 걸 보고 있으니까 네 성적이 그 모양인거야. 학교 다니는 이유? 네가 학교를 제대로 안 다니니까 그런 게 궁금한 거야. 임마! 부모님이 뼈빠지게 번 돈으로 학교를 보내 놨으면 공부 열심히 해서 보답할 생각은 안하고, 어쭈, 이 놈 봐라. 눈 안 깔아! 허, 그래. 내가 신고 당할 까봐 못 때리는 줄 아나 본데, 이게.

Effect - 때리고 맞는 소리. (몇 차례 나다 갑자기 멈춤)

선생 : 이 거 안 놔? 한 번 해보자는 거냐? 내 너 그렇게 안 봤는데, 너 이제 보니 아주 몹쓸 놈이구나. 이거 놔, 이 놈아.

재석 : (외침) 젠장! 빌어먹을 학교. 이게 뭐야. 꼴도 보기 싫어. 때려칠거야. 그만둘 거라고.(--;)

Effect - 문 세게 닫는 소리.

Music -

Narr. : 순식간의 일이었다. 아무런 판단도 할 수 없는 잠깐의 시간이었다. 정말 잠깐 동안. 교실문을 박차고 나온 순간부터 집에 오는 그 길에서 수없이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내가 잘한 것이라고는 한 가지도 없었다. 하지만 잘못한 게 있다고 해서 그걸 인정하기도 싫었다. 그건, 그건 내 잘못이 아닌 것만 같았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 탓 같았다. 적어도 나 혼자만의 잘못은 아니 것만 같았다. 정말.
앞으로가 너무 걱정이었다. 솔직히 진짜 학교를 그만 두고 싶었지만 학교를 나가면 무엇부터 해야할지가 막막했고, 우선 엄마, 아빠 얼굴 보기가 너무 겁났다. 학교에서 고이 공부해서 좋은 대학은 아니더라도 대학에 가길 바라시는 부모님한테 이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돌아가서 선생한테 싹싹 비는 건 정말.

Music -

아빠 : 재석아, 뭐하니? 어서 선생님께 잘못했다고 빌어라.

재석 : 자, 잘못했습니다.

선생 : 강재석, 너 진짜 반성하고 있는 거냐?

아빠 : 어서, 그렇다고 말씀드려. 선생님, 제가 집에서 단단히 일러 놨으니까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겁니다. 인석아, 어서.

재석 : 죄송합니다. 선생님. 다, 다시는 안 그럴께요. 잘못했습니다.

Music -

Narr. : 학교를 그만 두려던 내가 고작 3일 동안 학교를 빠지고 사과했다. 아주 비굴했다. 비굴점수 100점 만점에 100점이다. 교무실을 나오면서 아버지는 멋있게 말씀하셨다. 남자는 굽힐 줄도 알아야 한다고. 하지만 그건 내게 왠지 아니꼬워도 알아서 기어야만 살아갈 수 있다는 얘기로 들려왔다.

Effect - 수업 종 소리.

반장 : 차려. 경례.

모두 : 안녕하세요.

선생 : 수업 시작하자. 오늘 진달래꽃 할 차례지? (점점 작아짐)다들 외워왔어? 십, 오번. 자 외워 봐. 못 외워? 나와. 이십 오번 외워 봐.

Narr. : 사건은 정말 평범하게 시작되어서 평범하게 끝이 났고 다시 평범한 학교 생활이 시작되었다. 선생님도 그렇고, 친구들도 모두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느껴지나 보다. 그리고 나도 그래야 하는 것 같다. 어느새 내 입에는 "다 그런 거지, 뭐" 하는 말이 배어 있었다. 하지만 내겐 분명 변한 게 하나 있었다. 뭐라 말할 수도, 확실히 알 수도 없었지만 무언가 가슴속에서 죽어버린 게 하나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죽어버린 그것이 무엇인지 아직은 모르겠다. 아직은.

Music

Mix.

Music(Background) - Title Music.

<배우 배역 소개 및 인사>

Call Sign : W.B.S. 여기는 우신고등학교 교육 방송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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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차저차한 사연을 품고서 참으로 감사한 '시간 여유'를 얻었다. 그래서 벼르고 있던 몇 가지 일 중에 가장 먼저 책장 정리를 했다. 책장을 정리하며 놀란 점은 누나의 독서량이 대단했었다는 사실이다. 모든 책을 구매해서 읽은 것이 아니었던 것을 기억해보면 더욱 놀랍다. 꼴에 문학을 전공했다는 녀석이 이공계 전공의 누나보다 독서량이 적다. 이런..
아무튼 누나 책과 내 책을 섞어 정리했더니 예상 외로 비문학이 꽤 많았다.

18칸 중 누나의 다른 책장에서 넘쳐나온 외국어교재가 한 칸. 보드게임과 내 안경이 한 칸. 카메라와 홈매트가 한 칸. 내 사진 앨범이 한 칸. 고로 읽을거리로 삼지 못할 것이 총 네 칸이다.

누나 대학교재 세 칸. 내 대학교재 한 칸. (나의 다른 교재는 교양서적에 포함될 만하여 포함시켰다) 이전회사 서류&고등학교 때 문서들 한 칸. 지금 회사교육자료 한 칸. 이로서 버리기 싫은 것 뿐인 읽을거리가 여섯 칸.

그럼 정작 읽을거리는...
문학서적이 네 칸 반.
비문학서적이 세 칸 반 정도..

생각보다 적다. 흠..

정리한 기준이 "꽂아놨을 때 보기좋은 것"이다보니 시리즈로 산 책들이 앞에 놓였다. 예전에 한 권씩 샀던 작은 문고판들은 뒷 줄로 숨었다. 참 깊은 책장을 사다주신 아버지 덕에 일반적인 서적들은 앞 뒤로 두 줄로 정리해야해서 꽤나 고심했었다만.. A4사이즈를 꽂을 때는 이 책장이 꽤나 편리했다.

잘했나? 잘 모르겠다- 여하튼 뿌듯한 시간 보내기였다.

엄마 : 뭐하냐?
대답 : 엄마는 참 별난 아들 뒀어. 이런 거 정리하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려.

누나가 둘이 있어서인가? 아버지랑 별로 시간을 못 보내며 자라서인가? 내 입으로 이런 말을.. 나는 참 여성스럽다.
하지만, 늘상 변명하듯이 미래의 인류는 남성성과 여성성의 적절한 조화를 바탕으로 탄생한 새로운 인간성에 의지하게 될 것이다. 난 거기에 일조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님 말고. 이상.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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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서는 안되는 말. 하지 말아야 하는 말. 그 때는 피해야하는 말. 인생은 전부 말로, 말로 만들어진 말로末路.

입이 아닌 손짓 아니 발로라도 알아들을 거라고 생각해도 그 정도가 너무 심해 발로 해도 되던 말던
상관없는 일이 정녕 아니라면, 인생과 관계는 전부 말로 말로 만들어진 인생의 말로 보고 싶지 않은 그런 일이라면
그대 지금 말하는 그대 입과 쉬지않는 그대의 양 손가락 가는 곳과 하는 것을 적절하게 통제하길 버리질 않길
크기만 컸지 도움안된다고 뇌를 믿지 않고 마음을 믿다 사랑을 잃다 사람을 잃다 인생을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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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지 않는 육체는 멸하지 않고, 서로 나누지 않은 약속은 깨지는 일이 없다....
『1Q84』2권 5장 133p 밑에서 6번째 줄

[09.10.27 : 겨우겨우 1권을 다 읽고, 2권에서 발견한 멋진 문장↑]
종종 발견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삶이나 사물, 사람에 대한 지론은 무릎을 치게 만들 정도로 마음에 와 닿는다. 
아이러니한 듯한 개념의 배치가 참으로 멋스럽고 그가 간결한 표현으로 함축성을 만들어내는 명석함에 놀란다.



[09.11.2 : 중간에 속도가 붙었던 안붙었던 여하튼 끝내 책을 다 읽고서↓]
하지만 또 한 번 발견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야기의 비호감적 측면.

소설이 뇌에게 주는 어떠한 영향을 음식물이 육체에게 제공하는 영양분이라고 비유해본다면,
(물론 개별 개체에 따라 상대성이 적용되겠지만) 삼국지가 일단 홍삼이라고 기준 삼아서 말꾸며보면...
그 다음에...돈키호테나 레 미제라블, 좁은문,죄와 벌 같은 것은 비타민 B,C 정도라 할 수 있겠고,
귀여니의 연애담은 설탕음료 정도로 치겠다. 다빈치코드나 코마 같은 것이 아이스크림이나 초컬릿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향수는 아마 99%카카오 초컬릿 정도로 해두고 싶다. 이건 읽는 재미와 이야기의 '건강함'을 나눈 분류다. 어떤 이야기는 소주 같을 수도 있고, 맥주같을 수도 있고...
그 와중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는....칵테일.
색도 이쁘고 맛도 괜찮고 먹기에도 부담없지만. 몸에 딱히 좋을 것은 없는 음식.

자아의 혼돈, 상실감, 존재감의 혼란 등등에 빠져있는 젊은이에게 적절한 탈출구를 환타지로 제공하는 그의 이야기.
그의 이야기에서...난 '로리타 콤플렉스', '오타쿠','왜곡된 유토피아','변태적 성 분출' ....을 봤다. 이야기의 구석구석에 건강하다고는 하기 힘든 요소들을 배치해놓고 말초신경을 자극하며 환타지를 창출하고 있다. 환타지는 충분히 세상을 잊고 빠질 만한 매력을 갖고는 있지만 빠져보면 딱히 도움얻지는 못할 환타지. 기분좋게 마시는 술이지만 아세트 알데히트는 간에 지방을 쌓고 뇌의 수분을 증발시켜 뇌세포 파괴를 야기한다. 그래도 마실 때는 맛나고 좋다. 다음 날 후회할지라도.

[갑자기 졸리다. 그만. 중간에서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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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뿌리고 간 새벽의 씨앗이

귀로 스며들어 오고,

별자리를 가늠케만하는 밤의 서글픈 정취는

쉬고 있던 초록 불빛의 기억을 일으킨다.

 

기억의 바닥에 살짝이 귀를 누이면

텅 빈 머릿 속을 꿰뚫는 날카로운 바람이 불어온다.

그리고..

눈썹이 가득히 떨려온다.

 

허나, 내 시계(視界)를 흔들지는 못한다.

 

뼛 속 가득한 갈빛의 눈물이

눈썹이 떨리던 오른쪽 눈에서 흘러나왔다.

 

눈을 찡그려 감았다.

바람에 차게 식은 볼 위로 따스한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눈썹은 여전히 떨린다. 여전히.

 

혹시나 하여, 손으로 덮어 따뜻하게 해본다.

하지만 푸르르한 이 떨림은 추위 때문은 아닌가 보다.

 

계속 슬프게 떨려오는 눈썹에

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단념하기 위해 떨리는 눈썹과

흐르는 눈물을 지닌 채 비어있을 하늘을 올려보았다.

 

11월의 찬바람이 새벽달 위로 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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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흐름의 재미와 내용에 대한 호감, 독서의 몰입감. 오랜만의 독서에서 기쁨을 찾았다.
가슴에 맺히는 루의 이미지.
1. SF라고는 하지만 자폐에 대한 관찰만큼은 동시대의 문제였다. 사회적 인간으로서 타인이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2. 읽는 내내 어릴 적 책상 밑에 들어가 있거나, 벽지의 무늬를 구경하며 누워있고, 반듯하게 각이 맞는 모양새를 좋아하던 내 모습이 자꾸 생각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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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시티에 나오는 샬롯의 캐릭터와 닮은 대학 여자동기가 한 명 있다. 그녀와 알게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교내 구내식당 매점에서 그녀가 내게 물었다.  "JK야, 너는 인생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니?" 나는 말했다.
"나의 뇌."  그녀는 의외라는 듯의 표정으로 "왜?" 라고 했다. 
나의 대답은 "내 뇌가 없으면 지금의 대화도 없고 너도 존재하지 않으니까." 이었다.

그 당시 그 대답을 하던 나의 모습를 수년 간 자랑스레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 말을 던지는 내 스스로가 너무 멋지다고 생각했다. 특이한 것은 멋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근 1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열렬히 지지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특이한 것은 조금 멋지다고는 생각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내가 특이한 점을 갖고 있다는 것에는 전혀 확신이 없다.)

1.
Kurt Vonnegut의 Galapagos에서는 인간의 비대한 되가 생태계의 질서를 무너뜨리며 종국에는 지구의 환경을 파괴하고 서로간의 견해차이가 생겨 싸움을 부르고 경제위기까지 부르는 근본 원인이라고 한다. 지구가 살기 힘든 행성이 되어가는 이유는 바로 인간의 뇌가 지나치게 비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견해차이가 발견되는 순간이다."

갈라파고스

2.
자, 나는 아직도 내 뇌가 좋고 중요한 것이라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이 뇌로 누군가와 싸우게 되고 다른 이의 마음을 다치게 하며 지구의 생명을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도 없다. 하지만, 전 인류에게 뇌 축소 시술을 하기 전엔 내가 먼저 내 뇌를 포기할 순 없는 일이다.

그것이 이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이다.

늘 이렇다. 당췌 종잡을 수 없는 내용과 흐리멍텅한 논지를 악필로 적어놓은 메모를 보며 찢어버리기 전에 일단 옮겨적어는 두자는 마음에 블로그에 적어놓기는 한다. 하지만 시간 낭비 같은 느낌이 든다. 늘 이런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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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옮기며 새 직장에 적응하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현저히 줄어버린 독서량. 분명 세 달 전부터 끙끙 끌고다니며 하루에 2~3쪽씩 읽어오던 알랭 드 보통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뻔질나게 다니던 종로2가로 가는 버스를 제대로 못 골라타서 두 번이나 갈아타며 새 전화기에 껍질을 씌우고 마침내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또 세 쪽을 읽는데 성공했다.


클로이와 여행을 갔는데 생긴 클로이의 두통 사건에서 "안헤도니아"가 언급되었고 그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십분 이해되고 공감되는 통찰이었다. 나의 생각도 정리해서 적어두던지, 아니면 그냥 "안헤도니아"가 뭔지나 알아봐야지하고 Googling을 했다.


벌써 발빠르신 분들의 몇몇 블로그에 있기에.. 내가 적는다면 비슷해질 내용이기에 그냥 트랙백만 걸어둔다.


나도 곱씹어 다시 생각해본다. 나의 현재의 불안은 행복하기 때문 아닐까. 그토록 기다리던 공연에서 100%흥분이 안되었지만 지나고 나면 즐거웠다 생각이 드는 경우도 있겠고..반대로 크고 중요한 다른 나의 일들에서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아무 생각없이 그냥 회사와 하숙집에 가까운 집을 왕복하며 살다보니 좋은 게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두통에서 해방된 것이다. 툭하면 두통약을 먹어가며 버티며 참던 잦은 두통. 그러나 내 기억에 요즘은 거의 없다.

스트레스가 불러오는 생리적인 반응에 대해서는 크게 겪어보았던 터라 좀 안다. 그래서 안다. 요즘에는 스트레스가 크게  없다. 좋은 일인 듯 하다.

대강 마무리하고 자야한다. 11시면 상당히 졸린 시간이 되었다. 생활패턴에 드디어 적응하나? 아침에 일어나는 것은 여진히 안되는데...

마무리. 안헤도니아에 대한 포스트(트랙백해서 온)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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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대백과사전의 사랑에 관한 장을 보면, 사랑은 너무 복잡미묘해서 정의하기 힘들다고 나와있다.
히치하이커 안내서에서 사랑에 대해 말하기를, "가능하다면 피하라" 한다.
불행히도, 아써 덴트는 그 책을 결코 읽은 적이 없다.

-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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