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이야기/흠칫.살짝.놀란.일들'에 해당되는 글 18건

  1. 부모님 2008.06.22
  2.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서서가기'와 '최단거리 안내' 3 2008.04.25
  3. 서울의 공연장 2008.03.29
  4. 가끔은 정말 이렇게 평범한(?) 포스트. 2007.05.28
  5.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2007.05.18
  6. 책. 2007.05.18
  7. 내가 시위하게 생겼나 2007.04.02
  8. 참, 거시기한 창조신화 2007.02.14

아버지의 할머니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아버지가 태어나기 한참 전에 할머니들은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니었다. 아버지에게는 할머니, 하면 떠오르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결핍이라면 결핍이지." 언젠가 아버지가 말했다. 엄마가 옆에서 거들었다. "상처면 상처고." 엄만 일찍 아버지를 여의었다. 아버지, 하면 떠오르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할머니를 생각하면 시간 모자라 못 푼 마지막 문제 같어. 20점짜리 주관식 문제." 엄마가 무릎을 쳤다. "하, 그거 미치지, 미쳐." 그러다 엄마가 핏, 웃었다. "그 문제 답만 적어 냈으면 100점 만점 받았을 거고?" 엄마와 아버지는 딱 십 분이 문제였다. 십 분까지는 서로 잘 맞았다. 엄마의 말처럼 마지막 한 문제의 답만 적어 냈더라면 아버지의 삶은 100점 만점이었을까.

- 하성란, <그 여름의 수사修辭> 중에서

,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기억이 난다. 바쁜 사람을 위해 왼쪽을 비워달라던 에스컬레이터 예절(?). 분명 시작은 5호선부터였던 것 같다. 사람들이 이 새로운 습관에 익숙해지기까지 꽤 오래 걸렸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래도 우리는 해냈다. 바쁜 사람들은 고속도로마냥 뚤린 왼쪽 길로 뛰어다녔다. 그러다 어느 시점부터 몇몇 사람들은 왼쪽에서 서서 가는 사람들에게 심지어 짜증을 내는 단계까지 도달 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다시 두 줄로 서서 가란다. 그게 진작부터 하고 있던 것이지 않았나? 언제는 그렇게 하지 말라그랬잖은가? 뭐 일단, 안전상의 이유를 내세우는데...그럼 그 전에는 한 줄로 가라고 했던 이유가...지하철의 사람들의안전보다는 마음 급한 것을 응원하는 차원이었던 것인가?

좀 다른 생각도 난다. 다시 이러는 이유가 혹시.. 오른쪽은 고정된 무게인 반면, 왼쪽만 무게이동이 잦은 것 때문에 에스컬레이터의 기계 고장이 잦아지거나 하는 가능성과는 상관없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지금은 조금 느려도 안전하게 가는 방법으로 다시 돌리려고 돈 써가며 열심히 홍보 중이시다.

그건 그렇고.

그런데.어느 날.
환승역 계단에 가까운 문 위치를 안내한 것을 지하철 역에서 보게 되었다. 자, 이것은 무엇인가. 네이버에서는 그렇다 치자. 궁금한 사람이 있고, 답을 해주는 사람이 있는 것인 뿐이니까. 그렇지만, 이렇게 지하철 역에서 어디서 타면 갈아타는 통로와 바로 연결된다는 안내는...공식적인 것이 어울리지 않는다.

환승계단에 가까운 문에 타는 것은 에스컬레이터의 한 줄 비우기와 같은 맥락의 습관이라고 본다. 나도 물론 학생 때는 어떻게든 지하에서의 시간을 줄이고자 바로 내리면 계단인 곳을 외워가며 전철을 탔었다. 그 때야 어차피 한산한 시간에만 학교를 다녔으니 아무 느낌이 없었다. 하지만, 요즘 출근 길에 교대역에서 환승을 하는 나는 지하철의 4번째 칸에서만 환승하는 사람의 70%가 쏟아져나오는 모습을 볼 때마다 너무 안쓰럽다. 계단 아래에는 줄이 만들어지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몰려서 혼잡하고, 위에는 심지어 계단을 다리짧은 유치원생들처럼 한 개씩 오르고 있다. 난 그냥 보면서 잠시 서있다가...다음 열차가 오기 전에 꼴찌로 올라간다. 뭐 5~10분 지각한다고 혼나는 회사는 아니니까. 근데, 그 광경을 보고 있으면 저러다가 한 명 넘어지기라도 하면 참 가관이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안전을 생각한다면 나처럼 덜 바쁜 사람들은 좀 다른 문에서 내려서 천천히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굳이 바쁘지 않은사람들에게까지 빠른 환승을 안내할 필요는 없다. 그것도 공식적인 분위기로. 바쁘고 급한 사람들은 알아서 다 외우고 다닌다.

자꾸 이렇게 안전, 질서, 예의를 크게 도움되지 않는 사소한 신속함 때문에 무시하는 아이디어들이 밉다.

'오래된 이야기 > 흠칫.살짝.놀란.일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모님  (0) 2008.06.22
서울의 공연장  (0) 2008.03.29
가끔은 정말 이렇게 평범한(?) 포스트.  (0) 2007.05.28
,
내가 사는 양재동과 회사가 있는 서교동은 정말정말 크고 독특한 디자인의 모델하우스 건물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늘 예식장에 모셔다드리고 다시 모셔오는 길에 뒷좌석의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무슨 공연하는데인가봐'. 어머니의 생각에는 그렇게 네모나지 않은 건물은 의례 공연같은 큰 일이 있겠거니 하셨는가 보다.

어제 멜론악스홀을 처음 가보았다. 좋은 시설이었지만, 위치는 그다지 훌륭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교통 좋은 거 하나는 정말 자신하는 우리집 양재동에 오기가 너무 불편했던 점이 너무 싫었다. 그런 위치이다 보니 주차장이 만차가 될 법도 하다. 빈 무대 앞을 지나던 길에 내 친구는 이런 공연장이 도심에 있어야 하는데...하며 안타까워했다.

모델하우스는 참 멋지고 화려하게 "교통 편한 장소"에 지을 수 있지만, 공연장은 그렇게 하지못하는 것은..한국은 시장경제 사회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불만 가져봤자 빨갱이 밖에 안된다. 돈 안되는 것에 대한 것은 환영받지 못한다. 안다. 참아야한다. 아니 그냥 진작에 단념해야한다. 이득을 못낼거라면 빛조차 볼 수 없는 것들이 불만없이 사라져줘야하는 사회이다.
,

프리즌 브레이크를 독파한 내게 캐리비안의 해적에 나온 Reggie Lee는 낯익은 얼굴이었다.
그리고 IMDB를 뒤지니 나오더군. 그의 멀쩡한 사진.

사용자 삽입 이미지

http://www.imdb.com/name/nm0498046/

그게 다다. 찾았다. 프리즌브레이크의 윌리엄 빌 킴 그리고 캐리비안 해적3의 주윤발 오른팔.

필리핀 계 미국 배우..

히어로즈의 히로 나카무라를 연기한 일본인, 프리즌브레이크의 빌 킴을 연기한 필리핀인,
그리고 로스트의 김윤진.

그러고보니 한국남자배우들은 여자배우들에 비해 영어권 진출이 그닥 없군.
한국남자배우들, 악역이라도 좋으니 좀 하는 게 좋은 걸까?
그러고보니 007에 한국계가 나오긴 했었군.
(하정우가 찍은 영화는 우리나라 감독님이시던데..)

전도연은 칸 or 깐느 영화제에서 상받았다고
아침 뉴스에서 씨받이 강수연까지 들먹이며 띄워주던데...

흠흠.

평범한(?) 포스팅이었음.

'오래된 이야기 > 흠칫.살짝.놀란.일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의 공연장  (0) 2008.03.29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0) 2007.05.18
책.  (0) 2007.05.18
,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남자주인공이 바람둥이라서, 연애와 섹스, 불륜과 외도들이 화두라고 해서,
이 책을 사랑에 대한 Tip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실수다.

이것은 '삶에 대한 태도 문제'다.

키치.무거움.가벼움.




한 여자가 언어를 통해 우리의 시적 기억에 아로새겨지는 순간, 사랑은 시작되는 것이다.
pp240,『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이재룡 옮김, 민음사

'오래된 이야기 > 흠칫.살짝.놀란.일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끔은 정말 이렇게 평범한(?) 포스트.  (0) 2007.05.28
책.  (0) 2007.05.18
내가 시위하게 생겼나  (0) 2007.04.02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읽혀지지 않는 문자들 뿐이었다. 독해되지 않는 암호. 신비로움 따위는 없는 고서의 한자들 앞에 선 느낌. 에어콘이 망가진 8월의 좌석버스 뒷자리.

문화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겠지. 해설없이는 이해가 안되는 Context. 미국문학의 전설이라는 광고문구가 난감한 완독의 욕심을 만들어줬지만..아무래도 낚인 것 같다.

생태주의에 관심이 없어서도 아니고. 아무튼, 읽기가 만만치않은데다가 매 에피소드마다 적지않은 분량의 번역가의 해설을 읽어야만 이해가 될까말까하는 '인명/고유명사' 메타포들. 낯설기 그지없었다.



요즘에 새로 산 책들은 일단 책장에 눕혀둔다. 그리고 다 읽으면 세로로 꽂아준다. 일 년 전 쯤 이사와서 책장을 새로 마련하고 나름대로 종류별로 책을 정리해 두었으니 적정한 자리를 찾아서 꽂으면 된다. 빈자리가 별로 없게 정리를 해버려서 여의치 않을 때가 잦기는 하지만. 나름 재밌다.
MP3가 생기면 일단 "Downloaded"나 "Ripped"같은 이상한 장르로 묶어서 Ipod에 넣어뒀다가 짬날때 찬찬히 tag를 정리하는 재미마냥.



난 뭔가를 정리하는 것을 꽤나 즐기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어쨌든, 이 책은 그냥 애매하게 신간 칸에 꽂을 거다. 그 전에 잊지않고 싶은 구절하나 옮겨놓으려고 보니,
아쉽게도 인용구다. 이 리처드의 글이 나한테는 많이 별로였나보다. 인상깊은 구절하나 없다니. 뭐 누구 말마따나 뜨거운 태양을 불타는 동전이라고 비유한 게 특이했기는 하지만..그거야 후반부에 가면서 '미국의 송어낚시'의 실체를 이해한 후에 그 상징성들을 묘사하는 것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이후니까. 이렇게 말하고보니 뒷부분에서 결국 이해하기는 했나보다. 다시, 그 인용구 이야기. 그것은 내가 모르던 사실이었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 금요일 4시 30분.
하얏트호텔에서 다음미팅이 있어서 그런데... 홍대 쪽에서는 강남보다는 하얏트가 편할테니..
하얏트에서 봅시다.

네.

그러고 갔더니 FTA때문에 경찰들이 많더라. 그리고 현관에서 동행 *이사님이 잡히시고...
나한테는 '대학생 아녀요?'묻고 아래위를 훑더라. 시위하시는 분들이 뭐 이상한 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내가 시위하는 사람처럼 보인 것이 기분 나쁜 것은 전혀 아니다.

이사님이 '호텔 커피숍에 사람만나러오는데 무슨 출입증이 필요합니까?'라는 질문에는 답도 못하면서...
불법이래도 검문하고 싶음 빨리하고 보내주지..젠장.

웃기더라. 쭈뼛쭈볏..그 경찰.젠장.

'오래된 이야기 > 흠칫.살짝.놀란.일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0) 2007.05.18
책.  (0) 2007.05.18
참, 거시기한 창조신화  (0) 2007.02.14
,
「신의 지문-사라진 문명을 찾아서」
 (그레이엄 핸콕, 이경덕 옮김 / 1996 / 까치 출판) 중에서...

- <下권> 제41장 태양의 도시, 자칼의 방(489쪽) -


  헬리오폴리스*를 둘러싼 창조의 신화에는 독특하고 흥미로운 특색이 있다. 신화에 따르면 최초의 때에 우주는 어둡고 물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으며, 우주는 눈(Nun)이라고 불렸다. 이 완만한 우주의 대양("형태가 없고, 검고, 가장 어두운 밤보다 검은"이라고 표현되어 있다) 속에서 마른 땅이 나타났다. 태양신 라는 자기의 화신으로 아툼을 창조했다(때때로 지팡이에 의지하고 있는 턱수염을 기른 남자로 묘사된다).

  하늘도 창조되지 않았고 땅도 창조되지 않았다. 그곳에 지구의 아이들과 파충류는 없었다.
 …… 나 아툼 뿐이었다. …… 함께 일할 사람도 없었다.……


  혼자라는 것을 느낀 이 축복받은 불멸의 신은 신성한 자손을 창조했다. 공기와 건조의 남신 슈가 습기의 여신 테프누트였다. "남근을 마주잡은 두 손 사이에 넣었다. 손 위로 내 씨앗이 뿌려졌다. 그것을 내 입에 넣었다. 배설하자 그것은 슈가 되었고, 방뇨하자 테프누트가 되었다."
  탄생은 그다지 행복한 것은 아니었지만 슈와 테프누트(거의 쌍둥이로 묘사되지만 때로는 사자로도 묘사된다)는 성인이 되어 둘은 자손을 만들었다. 그것이 땅의 신 게브와 하늘의 여신 누트였다. 게브와 누트는 오시리스와 이시스, 세트와 네프티스를 만들었다. 이로써 헬리오폴리스의 9신들이 탄생했다. 9신 가운데 라, 슈, 게브, 오시리스는 왕이 되어 이집트를 지배했다고 한다. 그후 호루스가 왕이 되었고 마지막으로 황새의 머리를 가진 지혜의 신 토트가 3,226년 동안 통치했다.

*헬리오폴리스(카이로의 북동쪽 교외에 있는 고대 이집트의 종교도시 유적)

'오래된 이야기 > 흠칫.살짝.놀란.일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0) 2007.05.18
책.  (0) 2007.05.18
내가 시위하게 생겼나  (0) 2007.04.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