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O의 TV시리즈 Sex and the City에 나오는 Charlotte을 보고 있자면 생각나는 대학 여자 동기가 한 명 있다. 알게 된 지 얼마되지 않았을 무렵, 교내 구내식당 매점에서 그녀가 내게 물었다.
"JK야, 너는 인생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니?" 나는 말했다. "나의 뇌." 그녀는 놀라서 "왜?" 라고 했다.
그녀는 사실 '사랑이다' 아니면 '일이다' 뭐 이런 대답을 생각하고 물어 본 것이었다. 나의 이유는 간단했다. 내 뇌가 없으면 지금의 대화도 없고 너도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 당시 그 대답("나의 뇌")을 한 나를 수 년 간 자랑스레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 말을 던지는 내 스스로가 너무 멋지다고 생각했다. 특이한 것은 멋진 것이다라면서.
Kurt Vonnegut의 소설 Galapagos에서는 인간의 비대한 뇌가 서로 간의 견해 차이를 만들어 싸움을 만들어서 경제위기를 가져오게 하며 생태계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종국에는 지구의 환경을,지구에 존재하는 사회를 모두 파괴한다고 하였다. 지구가 살기힘든 행성이 되어가는 이유는 바로 인간의 뇌가 지나치게 비대하여 생각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견해차이가 발견되는 순간이다.
자, 나는 아직도 내 뇌가 좋고 중요한 것이라 여기고 있다.
그러나 이 뇌로 누군가와 싸우게 되고 다른 이의 마음을 다치게 하며 지구의 생명을 갉아먹고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전 인류가 동시에 뇌 축소 시술을 하기 전엔 나도 내 뇌를 포기할 순 없다. 뒤쳐지기는 싫은 게다.
그런데 어찌되었던 '뇌'가 작아진다면 최소한 음악을 들을 수 있고, 글자를 적을 수 있는 능력은 필수로 남겨두고 싶다. 지금처럼 음악을 틀어놓고 일기처럼 끄적이는 이 순간이 나의 뇌에 가장 감사하는 순간인 듯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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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 2008.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