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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년 02월 17일 : 상상 2009.09.20
  2. 2006년 02월 17일 : 횡단보도 2009.09.20
00204000 [일기] 상상
◎ 글쓴이 : Jay Kay
◎ 글쓴날 : 2006년 02월 17일 [금] 14:13:41

새로 이사온 집 말야~ 차가 무쏘스포츠더라. 그 차는 여기 주차장이 좁겠어...그렇지도 않아, 실제로는 30*호 에쿠스랑 비슷해, 보기에 커보이는 것 뿐야. 그래? 근데, 이 빌라는 무슨 대형차만 자꾸 들어와. 우리같은 작은 차는 좀 그래, 안 그래, 자기야? 그렇기는 뭐가 그래. 에쿠스야 돈이 많아서 산 차라 그래도 무쏘는 뭐 이유가 있어서 샀겠지. 안그래도 어제보니까 차에 진흙 잔뜩 묻혀서 왔더만. 뭐 시골길 다닐 일이 있나봐. 왜 그 젊은 사람, 아들이던가 보던데. 그 사람 낮에도 집에 있는 것 같더만. 장사하나? 시골길이면 농사하는 거 아니고?


**야. 차가 왜 저렇게 더럽냐. 아, 백운호수에 작은어머니랑 식사하러 갔다가 주차장에서 그랬어요. 차돌리려는데 비포장된 곳 밖에 공간이 없어서 그냥 들어갔었거든요, 근데 눈이 막 녹아 땅이 질어있어서 그랬어요. 다음에 세차할께요. 그래? 그나저나 너 학교는 언제 시작하냐? 3월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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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04000 [일기] 횡단보도
◎ 글쓴이 : Jay Kay
◎ 글쓴날 : 2006년 02월 17일 [금] 09:14:35

주변에 딱히 눈에 띄는 커다란 광고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도로에 멋진 차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녀가 던진 시선의 낙하지점은  깊이로는 왕복 4차선도로의 중앙선 쯤에 머물러있었고, 좌우로는 횡단보도라 분칠된 흰 영역의 한쪽 끝이었다. 무슨 생각을 저리 하고 있을까? 자전거 위에 있는 나는 횡단보도 입구의 돌기둥에 발을 얹고 귓 속의 박자에 맞춰 까딱까닥해보았다. (우리나라의 횡단보도에는 차들이 함부로 인도로 들어올까 겁나 세 살짜리 아이 키만한 돌기둥이 있다. 휠체어나 자전거를 위해 경사를 만들었지만, 자꾸 차들이 뛰어오르니 막아야하는가 보다.) 무슨 생각일까? 나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면서, 어떤 이유로 저 여자의 생각을 궁금해하는 것일까? 무슨 생각을 저렇게 골몰히 할까.

일반적으로 골똘한 생각을 하는 표정은 저것보다는 좀 더 초롱할 것이다. 그녀의 눈빛은 촛점을 잃어버린 듯 했다. 실수로 잃어버린 것인지, 일부러 버린 것인지, 어디에 두고왔는지, 누가 훔쳐갔는지 모른다. 다시 찾고 싶어하지 않는 듯하다는 짐작이 든다.

이렇게까지 관심을 갖는 것은 그녀의 외모탓이 아니다. 자전거를 타고있어 내 편의 선두에 서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나이고, 그녀는 반대 편의 마지막 주자였기 때문이다. 그녀가 내 시선의 낙하지점이었다. 혹시 내가 너무 빨라 충돌할까봐. 횡단을 끝내고 반대 편의 다른 돌기둥에 또 발을 얹을 때까지도 그녀는 촛점을 잃은 채 켜진지 오래라 깜박임을 시작한 초록색 '걸어라' 표시와 무관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촛점은 누군가(스스로의 힘인지, 절대자의 힘인지, 인연의 힘인지, 사랑의 힘인지 알 수 없는데 아무튼)에 의해 되찾아졌는지 마지못해 발을 움직이는 그녀의 입에서는 짧은 입김이 나왔고, 귀에서는 바이올린 소리가 나고 있을 것만 같은 검정색 이어폰이 떨리고 있었다.

나는 입김이 나지 않는다. 날이 별로 춥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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