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30801 [b-,.-d] 어제, 집에 오는 길에...
◎ 글쓴이 : go2_4me
◎ 글쓴날 : 2004년 02월 16일 [월] 09:58:25

햇빛이 비추지 않는 곳에 ...
눈 섞인 얼음 한 덩어리가 아직 얼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집이 있는 곳이 비교적 고지대라서인지,
눈이 오면 늦게 녹는 곳이 꽤 된다...
게다가...내가 발견한 얼음이 있는 곳은
건물 옆에 바짝붙어 있고,
항상 주변에 주차가 되어있어서 햇빛이 거의 비추지 않는 곳이다...

"눈 안 온지도 한참 되었는데....."

날씨가 따뜻했던 최근 몇 일의 햇빛에게서도 소외받은 그 얼음은.....


현실감각을 잃어버린 채 허황된 꿈만 꾸며
철없게만 구는........나.......같았다...

여지껏..난 철없는 것이 아니며, 생각이 많이 다른 것이라고
생각해왔는데....어제는....
나보다 한 해라도 더 살아본 사람들이 그게 아닌 거라는 것을
알려주려하는.......하루였다.


그 얼음을 다 부숴버리고 싶었다.
신발에 얼음이 튀어 들어오는 것도 신경안쓰며
발로 열심히 얼음을 깼다......
그러나...가운데에...너무 꽝꽝 얼어있는 부분이...
좀처럼 부숴지지가 않았다....

"얼음이 안 깨져...."
"어떻게하면 얼음이 깨질까?"
"다....깨버려버리고 싶은데......안 깨지네...."
(사실, 이 얼음이 다 깨지지 않는 것이 너무 고마워........
 이게 다 깨져 버리면......꼭 나도...깨져버릴 것만 같아......)


난...과연...현실감각을 잃고 있는 것인가?
내 꿈은 정말 철없는, 치기어린 꿈일 따름인 것인가?

햇빛 못 본 얼음처럼,
현실에 적응못한 겉만 나이든 어린아이...

지난 밤에 달게 마신 술로 얻은 소화불량으로 잠을 깨어...
햇빛을 마주한 채 어제의 일기를 되짚어보는 지금이....
요즘 들어 자꾸 늘어가는 '눈물'을 고이게한다...

지금..내가.. 받고 있는 그 햇빛을 어제 그 얼음도 받고 있을까?

녹 아 버 리 려 나 ?


난.....그렇게....녹아버리고 싶지 않다........


부서지고 싶지도 않다..


아무리 부숴보려도 했도 부숴지지 않던 어제 그 얼음의
가운데 덩어리처럼.....강하게 버텨내고 싶다............

하지만...지금 이 햇빛은.........
저 강렬한 눈부심으로 모든 굳은 얼음을 비추고 있을 듯 싶다....

나..역시.......현실의 빛에...
내 뇌 속의 미로를 해매던 내 자아를...
드러내어......나만의 그림자를 지우고, 현실의 그림자를 얻어...내야..
할 것 같다............

그러고 싶지 않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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