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1. 차암..이상하다. 분명 집에 오는 길에서나..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는 중에는 분명히 blah blah 포스팅을 해야지 하다가도 믹상 컴퓨터 앞에 앉으면 꿀먹은 벙어리가 되고 싶어진다. 글은. 자주써야 느는 것이 분명함에도. 자꾸자꾸 게을러진다. 당췌 느는 것은 게으름 밖에 없다.
이야기 2. 약속시간에 늦어가며 봤던 '2번.허니.미국영화'는 제시카 알바의 몸매와 왠지 늘 동경해 온 할렘의 분위기가 눈길을 끌었다만...시스터 액트2로 이미 감동을 너무 받아서인지 더이상 게토의 아이들이 불쌍해보이지는 않았다.그래도 좋았다. 힙합이 나오고, 농구와 흑인들의 패션, 멋진 뮤직비디오들이 나왔으니까. 서태지 때문에 음악이 좀 많이 좋아져서라고 생각하는데...어쨌든 난 어려서부터 랩이나 힙합이 좋았다. 그러다보니 다들 좋다고 하는 락은 크게 흥미를 두지 못했는데 특히나 그 징을 여기저기 박고 다니는 패션만은 정말 이해하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에게 있어 힙합의 전도자인 서태지는 원래 락커였다고하고 다시 지금도 락커이다.) 그런 징...패션이 난무했던 영화. '1번.나나.일본영화'......아씨. 여자끼리 뽀뽀해. 화질 구려. 뭔가 콘트라스트도 밋밋하고, 미술도 너무 평범해.....이런 기분. 일본영화에서 자주 느끼는...뭐랄까....난 워낙 막귀에 막눈이라서 애들마냥...자극적인 게 늘상 좋은데 말이지...그런게 너무 없어서...영...심심한 맛이었다.(요즘에는 사실 프리즌브레이크의 문신 아이디어나...CSI 마이애미의 호반장님이 등장할 때마다 펼쳐지는 구도,카메라 워킹과 빛무리들...그런 게 좋다.)
이야기 3. 그런데.. 2번.허니.미국영화는 어제 오후부터 시작해서 오늘 저녁에 끝냈고. 1번.나나.일본영화는 낮에 생각나서 봐버린 영화이다....2번.허니.미국영화의 '2'는 시간상의 순서는 아닌 게다. 아마 순위? 글쎄. 두 개보고 순위를 따지면 너무 가혹하잖아. 아무튼. 나나는 감정선의 흐름이 나쁘지않은....영화만드는 게 자기 삶의 1순위인 사람들의 결과물의 느낌이 났다면...내가 너무 오바인가? 음반제작자가 돈을 대서 뮤직비디오 감독이 찍은 영화는....그런 느낌이 없다. 바로 2번.허니.미국영화. 목숨걸고 만든 영화같지가 않다. 자기들의 삶에서 영화가 아마 2순위인 사람들의 노력이 빚어낸 모양새이지 싶었다.
이야기 4. 그래도. 순수한 마음이 사라진 변태늑대성충단계의 남자에게는 미카보다는 알바. 어찌되었건 가수 혹은 댄서....아무튼 간에 뭔가 음악과 관련된 주인공은 멋져야만 한다. 멋지게 영화에서 보여줘야만한다. 매력덩어리로 만들어야만 한다......이런 생각을 하며....어린이 뮤지컬 만큼이나 생소한 샹송을 한 곡 들어본다.
음악 빼고는 다 좋았던 영화. 무엇보다도 극의 흐름이 부드러우면서도 좋았던.
요즘 영화,소설 ..뭐 암튼...요즘 이야기를 듣다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흔한 (정형화까지되어버렸을지도 모르는) 이야기의 틀에 맞춰서, 내심 다음 진행을 상상하다보면...그런 듯 하면서 아니게 끌고 가는 것이 새로운 기술법으로 등장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 반전...과는 좀 다른 느낌이다. 사건을 뒤엎는 것은 아니다. 하도 사람들이 많은 이야기를 쉽게 접하고 사는 시대인데다가 이 세상에는 이미 재밌는 이야기가 너무 많다보니 - 그 이야기들에 절어 있어서 - 다른 이야기를 들을 때..전에 들었던 어떤 어떤 이야기의 틀에 맞춰서....감히 월권(이야기꾼이 해야할 몫인 '이야기')을 해서..먼저 추측하려는 생각들의 허를 찌른다고나할까. [내 문장들은 항상 이 따위다. 억지로 고치지 말아야지. 국문과 나온 놈이 기본도 안되어있기는 하지만. 지금은 생각나는 것들 적어내기 바쁘니까. 일단.]
얘기하다가보니..별로 새롭지도 않은 것 같다. 이야기꾼이 '여차여차해서 갑순이도 갑돌이를 좋아하게 되었는디~'하면..듣던 돌쇠는 '그래서 둘이 XX했지?'하거나, 생원이 '갑돌이가 장원급제해서 서울로 갔겠구나'하며 맞장구를 치면...이야기꾼은 냉큼 '아녀,아녀....가만있어봐봐. 이야기꾼은 나지, 당신들인감?' 하면서 '갑순'이나 혹은 '갑돌이'를 죽여버리거나 해왔던 듯 싶으니까.
어쨌든 예고나 기대없이 보고는 좋고 재밌어서 기억해둘만한 영화. 간만에 만났다.
(연기가 참 좋았던)배우들이 참 낯이 익어서...누구랑 닮지 않았어? 누구지? 막 이러면서 봤었는데... 알고보니 내가 진짜 재밌게봤던 영화 'Go'의 주인공과 '메이드 인 홍콩'의 주인공들이셨더군. 요스케씨...이런 얼굴이었군. .......... 'Go'에서 어땠는지 생각안나;;;; 이찬삼씨. `03 부천영화제 때 멀찍이서 보고는 처음이네. 간만이네. 어쩜. 우연히 집어들었는데. 이렇게 반가울 수가.
으라차차스모부, 스윙걸스, 워터보이즈, 신주쿠여고생납치사건....등에서 만난 웃긴 아저씨 나오토씨. 게다가 '곽원갑'에 나왔다는 류크의 목소리 나카무라 시도씨..까지. 나름 호화 캐스팅이군.
근데 이게 2002년 영화네. 와.... 와........ "언제 개봉했지?"라는 생각도 무리가 아닌 것이....당시 군인이었군.
이런 영화가 흥행할 수 있는지 없는지 궁금해지는 것은 그냥 호기심일지라도... 이런 영화를 얼마든지 잘 만들어내는 일본이, 잘 봐주는 일본이..마냥 달라보였다. 그리고 그 저변에 있는 만화의 힘.
이야기는 결국. 이야기로 승부하는 것인데... 재밌는 이야기를 만화로 검증받은 후에 돈 많이 드는 영화를 하는 것. 이것이것.
식객도 히트할까?
덧붙임1 : 그나저나..탁구공 CG는 꽤나 힘들었겠는걸.
덧붙임2 : 다소 과장된 인간미를 담은 전문직업(스포츠,요리..) 이야기+일본 = 슬램덩크,초밥왕,H2,이니셜D,핑퐁.....등등.. 만약 무술도 전문직업에 포함시킨다면 드래곤볼까지;;
사랑이 어떻게 변할까라는 질문이 떫은 우문인 것을 몰랐던 것은 아닌 바, 변하는 사랑에 대한 얘기는 견딜 수 있다. 하지만, 뚜렷하게 말로 표현안되는 것들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사랑임을 확인시켜주는 얘기는 겪어내기 힘들다. '사랑'...을 모르는 '것'으로 두기에는 너무 두렵다. 내 마음인데도 내가 모른다는 것. 끔찍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