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 햄버거들과의 차별화를 내세우는 비 패스트푸드 햄버거 가게들이 서울에도 많다. 크라제 버거를 위시한 비 패스트푸드 햄버거들은 보통 수제버거라하며 꽤 비싼 값을 받는다. 아무리 수제라도 음식은 좀 더 빨리 만들어주실 필요가 있을 듯 싶다. 햄버거를 오래 기다리기는 싫은 난 맥도날드 런치로 싸게 먹는 게 더 좋다. 그건 그거고. 여기 동경과 뉴욕 여행 중에 만난 햄버거 가게 두 곳, 모스 버거와 쉑쉑버거가 있다.

동경 - 모스 버거 (MOS BURGER) vs 뉴욕 - 쉑쉑버거 (SHAKE SHAKE)
모스버거는 일본 전역에 널리 퍼져있는 일본 토종 대형 패스트푸드 체인이고, 쉑쉑은 뉴욕에 분점 몇 개 있는 인기있는 햄버거 가게다.

* 두 곳의 공통점 :
  1. 현지인들도 좋아한다며 여행책자에서 추천하는 장소
  2. 신선한 재료를 쓴다고 알려져 있음. 감자튀김도 그들과는 다름
  3. 오픈주방
  4. 흰색을 바탕으로 하고 단색을 활용한 한 포장 디자인

입맛은 물론 입 크기까지도 동양인에 맞춘 일본버거, 모스버거. 얇고 씹기좋은 크기와 정갈한 패티. 소스의 사용량은 소박하지만 맛이 충분히 느껴졌으며 담백한 편이었다. 깔끔하게 좋은 맛을 느꼈다. 동경을 여행하며 방문했던 다른 많은 상점들의 인테리어와 디스플레이에서 느꼈던 그리고 익히 들어왔던 일본의 미니멀리즘이 햄버거에서도 보였다. (라고 하면 과장에, 성급한 일반화인가? 아닌데-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미니멀 재팬. 미니어쳐들과 작고 오밀조밀한 물건들이 많은 나라) 하지만, 음식에서의 미니멀리즘이 포만감의 즐거움을 절대 채워주지는 않는다. 내 양파링을 끝내고 옆사람의 감자튀김까지 뺏어서 다 먹었는데도 양이 좀 부족했다. 너무 작고 적다.


싼 가격의 모스버거를 생각하면 다소 비쌌던 뉴욕의 한끼, 쉑쉑버거. 비싼 만큼 양은 충분해서 다행이었다. 배부르다. 그리고 역시 햄버거 원조, 미국이라 그래서인지 패티는 육즙이 느껴질 정도로 훌륭한 고기 품질을 느끼게 해줬다. 버거도 버거지만 질척하게 퍼져있는 맛난 치즈와 함께먹는 감자튀김, 걸쭉한 밀크쉐이크도 매력적이었다. 참 느끼한 게 참 맛있었다. 뉴욕에서는 허세와 자신감의 경계가 애매한 미국인들의 콧대가 늘 얄미웠었는데, 쉑쉑버거 먹으면서 '아, 미국 좀 안 보고 배울 수 없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잘하기는 하는데 무턱대고 따라하기에는 과한 느낌이 있다. 미국은 교실 맨 앞에 앉은 재수없는 우등생 같다. 괜히 질투나고 행동거지가 재수없어서 모르는 거 있어도 물어보기 싫다. 근데 물어보면 맨 입으로도 안가르쳐 주는 재수없는 XX.


국가의 이미지에 대한 단편적인 판단이 버거를 비교하다가 튀어나오는 것은 나의 편견의 반영인가? 그러면 이 편견은 제도권 교육과 보수언론에게서 배운 얕은 지식 탓이려나. 해당 국가들이 저질러온 외교통상분야에서의 행동과 언행들이 만든 대중화된 이미지를 그냥 무비판적으로 흡수하고 있는 나의 문화후진국 마인드 덕이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