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췌 언제 퍼져버릴지 모르는 불안한 마음에도 인수 후, 두 달이 되도록 아직 카센터를 한 번도 안데리고 가봤다.
오늘 운전하면서... 음악을 안틀고 차 소리를 들으며 다녀보니... 음악을 꼭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삐익대는 브레이크 패드, 커브 때마다 비명지르는 오토밋션, 수시로 웅웅거리는 엔진과 불시에 켜지는 엔진점검 경고.....어제 가족들과 '워낭소리'에서 늙어빠진 소가 움직일 힘이 없는 듯 멈춰서 움직이지 않던 소의 모습이 떠올랐다.
내게 있어서 차는 목적성을 수단이다. 내가 무슨 차를 타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차를 타고 어디를 가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그래도 목숨걸기는 싫다;
늘 2004년, 견인의 추억이 생각나는 운전석이다.
2004년, 뉴질랜드에서 한 석 달 정도 끌고다녔던 1981년식 혼다 어코드
아무 생각도 없이 냉각수로 수돗물 넣고 다니다가 Mt.Cook에서의 하룻밤 후 운명을 달리한 그 녀석↓
섹스&시티에 나오는 샬롯의 캐릭터와 닮은 대학 여자동기가 한 명 있다. 그녀와 알게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교내 구내식당 매점에서 그녀가 내게 물었다. "JK야, 너는 인생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니?" 나는 말했다.
"나의 뇌." 그녀는 의외라는 듯의 표정으로 "왜?" 라고 했다.
나의 대답은 "내 뇌가 없으면 지금의 대화도 없고 너도 존재하지 않으니까." 이었다.
그 당시 그 대답을 하던 나의 모습를 수년 간 자랑스레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 말을 던지는 내 스스로가 너무 멋지다고 생각했다. 특이한 것은 멋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근 1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열렬히 지지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특이한 것은 조금 멋지다고는 생각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내가 특이한 점을 갖고 있다는 것에는 전혀 확신이 없다.)
1.
Kurt Vonnegut의 Galapagos에서는 인간의 비대한 되가 생태계의 질서를 무너뜨리며 종국에는 지구의 환경을 파괴하고 서로간의 견해차이가 생겨 싸움을 부르고 경제위기까지 부르는 근본 원인이라고 한다. 지구가 살기 힘든 행성이 되어가는 이유는 바로 인간의 뇌가 지나치게 비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견해차이가 발견되는 순간이다."
2.
자, 나는 아직도 내 뇌가 좋고 중요한 것이라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이 뇌로 누군가와 싸우게 되고 다른 이의 마음을 다치게 하며 지구의 생명을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도 없다. 하지만, 전 인류에게 뇌 축소 시술을 하기 전엔 내가 먼저 내 뇌를 포기할 순 없는 일이다.
그것이 이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이다.
늘 이렇다. 당췌 종잡을 수 없는 내용과 흐리멍텅한 논지를 악필로 적어놓은 메모를 보며 찢어버리기 전에 일단 옮겨적어는 두자는 마음에 블로그에 적어놓기는 한다. 하지만 시간 낭비 같은 느낌이 든다. 늘 이런 식이다.
지난 토요일, 제품을 좀 싸들고 세종홀로 갔다. 커브 식구들한테 가면서 빈 손으로 가는 건 역시 좀 어색하기에. 아무튼, 세종홀 로비에서 거리공연 컨셉의 오프닝 공연을 하고 있었다. 노래들은 Once에 나왔던 곡들인데 부르고 있는 이들은 남자 셋의 "Mate"라는 밴드였다. 그 중 두 명은 그 유명한 유재하 가요제 출신.
오호, 잘하는데.. 이런 마음으로 가까이가서 봤더니 드러머가 거의 모델급 미남이어서 한 번 더 놀랬다.(실제 모델이기도 하단다) 이런, 여자팬들 많겠는데 하면서 좀 더 봤더니 '정준일'이라는 키보디스트와 기타치는 '임헌일'이 노래를 정말 멋지게 부르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이햐...잘한다...이러고 계속 보고 있는데...빙 둘러 서서 보고 있던 관객들 중에서 글렌헨사드가 걸어나가더니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같이 보고 있었는지도 몰랐는데;;)
나중에 들으니 자기 무대에 올려준다는... 밴드 멤버들은 그 순간 얼마나 좋았을까....
그리고 Swell Season의 앵콜곡 다섯 곡(어떻게 앵콜이 다섯 곡이나 되냐고;; 심지어 두 곡을 더해 결국 일곱 곡을 했지만...) 중간에 Mate를 글렌이 직접 소개하고 Mate는 "그리워"라는 자신들의 노래를 했다. 로비에서도 한 번 들으면서 좋다고 생각했었는데...잘하기에 더욱 좋게 느껴진 곡이었다. 큰 무대에서 떨지도 않고 잘하더라...
개인적으로 훅으로 가는 부분이 2절에서는 좀 짦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어쨌든 범상치 않은 곡이었다. 멋졌다.
공연장을 정리하고 커브의 젊은 식구들을 집에 데려다주겠다며 주차장으로 함께 걷고 있던 중 그들의 얘기가 나왔다. "Mate는 오늘 잠 못자겠다." "당연하지. 엄청난 행운인데.." "진짜 좋을거야" "술 마시고 있는 거 아냐?" "내일 또 있는데, 설마" "아까 사장님도 안절부절 하시더라" "드러머 엄마는 기도하던데?" .....
진짜 좋을거다. 앨범도 아직 나오지 않은 밴드가... 3천여 전좌석이 매진된 세종홀에서 노래를 하다니....
무대 뒤에서 노래를 부르기 위해 기다리다가 매니저인 듯 보이는 다른 한 사람과 다같이 손을 모으고 조용히 화이팅을 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시선은 낮게 깔고, 긴장감을 다스리던 세 젊은 음악인. 멋진 순간을 목격한 하루였다.
HBO의 TV시리즈Sex and the City에 나오는 Charlotte을 보고 있자면 생각나는 대학 여자 동기가 한 명 있다. 알게 된 지 얼마되지 않았을 무렵, 교내 구내식당 매점에서 그녀가 내게 물었다.
"JK야, 너는 인생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니?" 나는 말했다. "나의 뇌." 그녀는 놀라서 "왜?" 라고 했다.
그녀는 사실 '사랑이다' 아니면 '일이다' 뭐 이런 대답을 생각하고 물어 본 것이었다. 나의 이유는 간단했다. 내 뇌가 없으면 지금의 대화도 없고 너도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 당시 그 대답("나의 뇌")을 한 나를 수 년 간 자랑스레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 말을 던지는 내 스스로가 너무 멋지다고 생각했다. 특이한 것은 멋진 것이다라면서.
Kurt Vonnegut의 소설 Galapagos에서는 인간의 비대한 뇌가 서로 간의 견해 차이를 만들어 싸움을 만들어서 경제위기를 가져오게 하며 생태계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종국에는 지구의 환경을,지구에 존재하는 사회를 모두 파괴한다고 하였다. 지구가 살기힘든 행성이 되어가는 이유는 바로 인간의 뇌가 지나치게 비대하여 생각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견해차이가 발견되는 순간이다.
자, 나는 아직도 내 뇌가 좋고 중요한 것이라 여기고 있다.
그러나 이 뇌로 누군가와 싸우게 되고 다른 이의 마음을 다치게 하며 지구의 생명을 갉아먹고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전 인류가 동시에 뇌 축소 시술을 하기 전엔 나도 내 뇌를 포기할 순 없다. 뒤쳐지기는 싫은 게다.
그런데 어찌되었던 '뇌'가 작아진다면 최소한 음악을 들을 수 있고, 글자를 적을 수 있는 능력은 필수로 남겨두고 싶다. 지금처럼 음악을 틀어놓고 일기처럼 끄적이는 이 순간이 나의 뇌에 가장 감사하는 순간인 듯 하니 말이다.
CBS에서 하는 재미있는 시트콤 Big Bang Theory. 네 명의 주인공 중 가장 Geek다운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는 Sheldon이 빨래를 정리하는 모습이다. Penny가 양말을 말아서 정리한 것을 다시 펴서 새로 접는 모습은 정말 Geek 답다.
근데 중요한 것은 나도 저 도구가 갖고 싶다는 점이다. 기발해서 좋고, 나도 저렇게 하고 싶고,
분명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미 사실 저런 방식의 옷정리를 하고 있는 셈일지도 모른다.
자주 신지 않는 양말의 경우, 어머니가 말아서 놓아두시면 다시 펴서 새로 접고 옷장에 넣어둔다.
그리고 티셔츠를 보관하는 옷장이 작은 관계로 옷가게에서 옷을 개어놓는 방식-두꺼운도화지를 이용하여 네모나게 접는 방식으로 접어서 보관한다. 그래서 어머니가 잘 개어주셔도 다시 한 번 펴서 얇게 개어 넣어놓고 있다.
어쩌면 나는 비록 Sheldon처럼 엄청난 천재는 아니지만 괴짜의 면모를 조금은 가지고 있는 남자인걸까.
이런. 하나 더 발견했다. 내가 인기없는 게 납득이 가는 이유.
Adele (Adele Laurie Blue Adkins)
2008년 첫 앨범 "19"를 발표하고 어린 나이(1988년생)에도 불구하고 크게 인정받는 영국의 가수. 브릿어워드 비평가상 수상과 앨범 플래티넘 판매기록.
주변 사람들에게 먼저 노래를 들려주고 가수의 나이를 맞혀보라는 '안티스러운' 질문을 던진 적이 몇 번 있었다. 많이들 "아마,마흔은 넘었겠지?"라고 대답하는 걸 보면 보컬의 연륜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나 보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이어서 내는 퀴즈(?)는 같은 방식으로 Paulo Nutini의 노래를 들려주고 나이 맞추기. 그 역시 만만치 않다.)
단지 목소리가 노숙(?)한 것만이 노래만 듣고 나이를 많게 보게 하는 것은 절대 아닐 것이다. 소울이 가득한 내공이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어찌 이리도 대단하신지. 정녕 영국의 핏줄은 다른 것인가.
위 곡은 국내 올림푸스 카메라 TV CF에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그녀의 히트싱글 "Chasing Pavements"
이제서야 이 노래 가사를 잘 듣게 되었다.
그냥 지나가다 듣던 게 전부였는데 엊그제 밀린 숙제를 내듯이
다이나믹 듀오 노래를 다 다운 받아서 나노에 넣고 들으니 역시나 범상치 않은 곡이었다.
최신 유행(?)의 비트와 보코더에 이렇게 무게를 실어주는 가사가 있으니 다르게 들린다. 멋진 곡이다.
[Intro]
sean2slow> yea- I know where I’m at
당신이 허락하니 난 할 수 있어 더 갈수 있어
So I’m taking a break right here
with no fear
[Chorus] x2
비바람이 앞길을 막을 때면
올라가다 가다 나 지칠 때면(숨)
깊게 들이마시고 뱉어(숨)
깊게 들이마시고 뱉어
[verse1]
Choiza>난 최자 the finalist 오로지 특기는 하나
랩하기 하지만 날 지켜주는 무기는 많아
첫 번째 무기는 평범한 내 얼굴
실력만으로 인정받게 해 주신 부모님 선물
절대 거품 허풍 따윈 싫어하는 성품이 두 번째
난 내 자신을 냉정하게 분석해
어떤 유혹도 날 끌고 가진 못해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머리를 쳐 무섭게
한길만 파라셨던 신의 분부
따라서 한눈 팔지 않았어 혓바닥 쿵푸
난 꾸준한 노력으로 한계란 알을 깨는 새
주신 능력을 다 썼기를 바래 나 주님을 뵐 때
[Chorus]x2
[verse2]
gaeko>난 제일 싫어 왕년의 챔피언 이란 말
부지런하게 드넓은 필드 위를 달리는 말
난 항상 겸손하게 자세를 낮춰 도마뱀처럼
욕심은 엄마가 자식 밥 덜어주는 만큼 덜어
한번뿐인 인생 목숨 걸어 스파르타 300의 용사처럼
치명적인 유혹 들어 한 타를 위해 볼을 걸러내듯
걸러내고 홈런 쳐 I’m slugger
명품 백 없어도 난 열정이라는 빽 있어
나태함이랑 나 사이엔 내 옷장처럼 갭 있어
난 천천히 정상을 향한 계단 올라가네
승리의 여신은 항상 내 심장과 신발에
[chorus]x2
[bridge]
Breath in breath outx2
깊게 들이마시고 뱉어(숨)
깊게 들이마시고 뱉어
[Verse3]
Gaeko>탁주처럼 쓰디쓴 현실 흥분을 홍어처럼 삭혀
눈물을 닦고 나는 오늘도 달려 can't stop uh!!
뼈가 연필처럼 깎여도 내 가치는 안 깎여 운명을 바꿔
내발은 아직도 바뻐
Choiza>꾸준히 떨어지는 땀방울들은 바위조차 뚫어
나는 쉬지 않는 거북이 많은 토끼들을 울려
내 주가는 물가처럼 올라서 여러 명을 굶겨
나는 계속 꿈꿔 만족이란 감정은 깊이 숨겨
[chorus]x2
[outro]
이 세상에 혼자 감당 할 수 없는 일들이 참 많잖아
좀 쉬어가란 이야기겠지
영원히 숨이 쉬기 전까지
So u let it in & out and keeps on
그 다음 살아있다는 걸 보여줄 차례, yea i just got started
믿음이 답이야 우리인생 안엔
Take it slow ma man, take ur time. Word up!
회사를 옮기며 새 직장에 적응하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현저히 줄어버린 독서량. 분명 세 달 전부터 끙끙 끌고다니며 하루에 2~3쪽씩 읽어오던 알랭 드 보통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뻔질나게 다니던 종로2가로 가는 버스를 제대로 못 골라타서 두 번이나 갈아타며 새 전화기에 껍질을 씌우고 마침내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또 세 쪽을 읽는데 성공했다.
클로이와 여행을 갔는데 생긴 클로이의 두통 사건에서 "안헤도니아"가 언급되었고 그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십분 이해되고 공감되는 통찰이었다. 나의 생각도 정리해서 적어두던지, 아니면 그냥 "안헤도니아"가 뭔지나 알아봐야지하고 Googling을 했다.
벌써 발빠르신 분들의 몇몇 블로그에 있기에.. 내가 적는다면 비슷해질 내용이기에 그냥 트랙백만 걸어둔다.
나도 곱씹어 다시 생각해본다. 나의 현재의 불안은 행복하기 때문 아닐까. 그토록 기다리던 공연에서 100%흥분이 안되었지만 지나고 나면 즐거웠다 생각이 드는 경우도 있겠고..반대로 크고 중요한 다른 나의 일들에서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아무 생각없이 그냥 회사와 하숙집에 가까운 집을 왕복하며 살다보니 좋은 게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두통에서 해방된 것이다. 툭하면 두통약을 먹어가며 버티며 참던 잦은 두통. 그러나 내 기억에 요즘은 거의 없다.
스트레스가 불러오는 생리적인 반응에 대해서는 크게 겪어보았던 터라 좀 안다. 그래서 안다. 요즘에는 스트레스가 크게 없다. 좋은 일인 듯 하다.
대강 마무리하고 자야한다. 11시면 상당히 졸린 시간이 되었다. 생활패턴에 드디어 적응하나? 아침에 일어나는 것은 여진히 안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