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정도 팀장으로 모시던 나의 윗 분께서 오늘 우리회사로의 마지막 출근을 하셨다. 한두달 전부터 누가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할 때마다 마음 속으로 제일 먼저 생각나던 사건이었다. 팀장님의 퇴사. 회사에 가서는 티 안내려고 노력했지만 티가 많이 나는지 과한 동정의 말씀을 주신 분들도 계셨다. 내가 불쌍해보이기는 할 수 있겠지만 굳이 그렇게 강조 안하셔도 되는데. 하지만 내가 처음 이 부서에 발령 받고 불만없었던 것도 이 분 밑에서 일할 것이 너무 기대되어서였고, 다른 사람들 말은 잘 무시해도 이 분이 뭐라하면 꿈벅 다 믿어버리고는 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겉으로는 심하 것은 아니야라고 하지만 그 동안 사실 과하게 많이 의지했던 분이었다.
사람이 살면서 특히, 일하면서 좋은 동료나 선후배를 만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일 것 같은데 나는 참 운이 좋았다. 이 회사 들어와서 만난 두 명의 전 상사들은 참 좋은 선배들이었다. 공교롭게도 두 명 모두 여성. 다들 친절했고, 권위의식 0%, 분업철저, 센스 만점에 인간적인 매력도 다분한 사람들이었다. 부족한 점을 지적해주고, 잘하면 칭찬해주고. 나도 과연 저런 선배가 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선배들이었다. 나는 아직까지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다.
이번에 퇴사하는 분이 내게 남기고 가는 것은 이런 저런 버릇들이다. 나 역시 누구처럼 남 흉내내는데 도가 튼 막내다 보니. 말할 때 쓰는 문장들의 종결패턴이나 대화의 시작을 끌어내는 수법, 남에게 부탁할 때 쓰는 단계식 텍스트 같은 것부터 상황을 파악하고 결정하는 과정도. 꼭 닮아버렸다기보다는 그냥 약간 익숙해져있다. 이 익숙함만을 가지고는 그 분을 따라하는 수준에조차 못미친다. 하지만, 영향을 받은 것들 만큼은 잘 기억하고 익혀두려고 한다. 잊지않으려고 한다. 일단 지금 생각할 때는 나쁜 게 아닌 것 같으니까. 이제 당분간 누가 옆에서 잡아주지 않는데 나혼자 폭주하면 안되니까. 나중에 누군가 혹은 내 자신이 나를 다잡아 줄 때까지는 일단 현상유지만이라도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본다.
이제는 또 다른 누구를 만나게 될까. 흥미진진한 사건이다. 요즘 이 사건이 가장 주목되는 나의 사건이다. 내일부터는 아마 그 분께서 잘 막아주시고 계시던 일들이 나에게 혹은 또 다른 팀원에게 떨어질 것이다. 한가할 틈이 없을테니 다행이지만, 내 능력 밖의 일일까봐 걱정이다. 그러나, 익숙해진 몇 가지 버릇들을 잘 기억하며 잘 헤쳐나가야한다고 다짐해본다.
Farewell, B.
가시는 길에 요런 센스 만점의 멋진 선물을 주셨다. 안 그래도 음악 들으려고 컴퓨터 키고, 외장하드 키는 거 불편했는데... 그리고 컴퓨터로는 음악만 틀어놓고 책을 읽으려는 의도였으나 꼭 쓸데없는 인터넷 서핑을 하게되는 경우가 생기면 이런 청음 조건이 조금 미웠었는데.. 요런 앙증맞은 아이팟 스피커가 생겼으니, 기쁘게 컴퓨터를 무시해줄 수 있게 되었다.
스피커가 바닥에 있어서 자연스레 소리에 진동이 생긴다. 들고 들으면 다 고장나고 Tweater만 살아있는 스피커마냥 경박한 소리가 나지만 바닥에 잘 내려놓으면 바닥의 재료에 따라 미세한 차이를 두고 일반적인 스피커에 커버를 씌운 소리 비슷하게 난다. 아이디어가 좋은 것 같다. 모양도 그렇지만, 출력이 작은 스피커를 바닥의 울림을 이용해서 보완하고자 하는 아이디어를 발견하면서 진정한 산업디자인!을 느꼈다. MOMA가 내놓는 것은 이렇게 다르구나 싶었다. 좋은 소리는 아니라서 처음 듣는 곡을 듣기에는 좀 미안하고, 그냥 잘 아는 노래 딴짓하면서 흥얼거릴 노래 틀어놓기에는 딱이다.
내 아이팟 가죽 케이스는 검은색에 뚜껑도 있고 두껍기까지해서 아이팟에게 옷을 입힌 채 사용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뭐 어때, 집에서 쓰는 건데. 그러나, 사기 재질이라 밖에 들고다니기에는 좀 그런데도 여행용품으로 분류해놓은 이유는 의문이다. 그리고 그 재질 때문에 여러 사람에게 자랑할 수 없어 아쉽다.
가만히 보고 있자니 이런 소품을 보면 독립하고 싶어진다는 전 여자친구의 말이 생각났다. 진짜 자신의 공간이 생겼을 때 그 때 꾸미고 싶다고. 반면에 지금의 자형(姊兄)을 만나기 전부터 시집갈 때 가져갈 거라고 열심히 백화점 사은품을 모으던 큰누나의 처녀 시절도 생각났다. 그래서 지금 누나 집에 가보면 물병이나 반찬통은 다들 세트다. 사은품 세트.
나는 어쩔까. 일단 잘 쓰련다. 조카가 깨지않게 조심해달라고 누나한테 부탁이나 해보고 책상에 잘 올려놓고 아이팟 옷을 벗겨 올려놓고 음악을 틀어놨다. 좋은 거 아껴두면 뭐하나. 있을 때 써보고 가능할 때 즐겨야지.
어톤먼트의 제임스 맥어보이의 액션은 다부져서 블레이드의 웨슬리 스나입스 만큼 폼이 났고, (그런데 이번에 그의 액션 연기를 보자니 스파이더맨 토비 맥과이어가 생각난다.) 안젤리나 졸리의 무엇을 해도 섹시한 자태는 보는 내낸 환상적이었다. 감독님도 멋진 그림 만드느라 수고한 흔적이 여러 장면에서 역력했다. CG도 훌륭했고, 미술도 멋졌다. 파리의 날개를 맞추고, 총알을 비튼다는 아이디어도 좋았다. 덧붙여 홈페이지(미국판)도 정말 멋지게 만들어 두시기 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는 불편했던 영화였다.
킬러들의 싸움은 좋다 이거다. 총알도 멋지게 쏘고 운전도 잘하고 다 좋다. 하지만, 자기들의 자동차 추격전에 왜 하필 잘 가던 시내버스(미국에서는 특히나 저소득층이 주로 이용한다는)를 쓰러트리고, 킬러 한 명 죽이자고 사람도 많이타고있고 비싸보이기 까지 하던 열차를 전복 시켜버리느냐는 말이다. 그것도 절벽 위 다리에서. 한 명을 죽여서 천 명을 살리겠다라는 그 단체는 그 한 명 죽이기 위해 무고한 다른 사람들이 죽는 것은 계산에 넣지 않는 듯 하다. 마치 회사에서 혼자 일 열심히하여 회사매출 엄청 올려놓은 것처럼 떵떵치는 사람이 있는데, 사실을 알고보면 실속이 없는 경우와도 같다. (실속이 없는 경우는 본인이 회사에 청구한 진행성 경비가 본인이 이익 낸 금액보다 더 나오거나 하여 실제로 따지면 실리없는 매출인 상황 등)
배트맨이 자동차 추격전 할 때도 내 기분이 이랬었던가, 스파이더맨도 그랬던가? 007은...그랬던 것 같기는 하다. 어쨌든 정확히 기억 못하는 것들은 빼더라도 최근에 본 쿵푸팬더에서는 타이렁이 온다니까 주인공들이 마을 주민 대피라도 시킨다. 어차피 시원한 액션보러 간 입장이라 도덕성이니 현실성이니 뭐 이런 것을 내가 운운하는 것이 불필요한 것은 안다. 애초부터 영화를 실재와 착각하는 내 잘못이겠지만, 하지만 그래도 굳이 무고한 서민들을 죽여가며 악인을 처단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은 현재와 가상을 넘어 꼭 필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목적을 위하여 다른 희생을 감수한다, 일단, 오케이. 그렇다면 그 희생의 범위는 어디까지 가능한 것 인가?
James Mcavoy "Wesley", Common "Gunsmith", Angelina Jolie "FOX"
스모킹 에이스 Sir Ivy 에서의 모습과 너무도 잘 연결되었던 Common 님의 "Gun-smith" 역할. 포스는 언제나 강하지만 연기자로서의 매력은 사실 잘 모르겠다. 여하튼 아메리칸 갱스터에서도 그렇고 분명 눈에는 띄는 포스 임에는 분명하다. 나는 뭐 딱히 "I used to love H.E.R"을 그 시절에 알아듣고 이해하고 좋아하지는 않았었다. 그냥 그 노래가 예전에 명곡이었다는 사실을 요즘에 들어서 안 것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멋진 음악을 하는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Kanye West와의 멋진 작업물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특히 이 곡. Common의 2007년도 앨범 Finding Forever 중 6번 트랙.Southside.
고등학교 때 내 방에는 한참동안이나 붙어있던 왕정문의 사진 있었다. 오늘 우연히 인터넷에서 왕정문을 언급한 블로그를 읽다가 그녀가 이 곡을 불렀다는 얘기를 듣고 얼른 찾아보았다. 너무 기대를 해서 그런지 되게 잘불렀다는 생각보다는 마냥 이쁘다는 생각을 했다. 어쩜 저렇게 손짓하나까지도 사랑스러우신지.
아 역시 나의 이상형은 아직 변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중경삼림에서의 왕정문, 길버트 그레이프에서의 줄리엣 루이스.... 스포츠 머리의 보이시한 美女. (아무나 저 머리한다고 예쁜 것은 절대 아니다.)
중경삼림DVD를 뒤늦게 샀더니 부클릿은 하나도 없이 디스크만 달랑 있었던 가슴 아픈 일이 얼마 전에 있었지만 그래도 Di Dar을 들으니 마음을 다스릴 수 있었다. 아, 저 테이프 다 늘어졌는데 CD로 다시 사야할까, 어쩌지;;
I walk a lonely road The only one that I have ever known Don't know where it goes But it's home to me and I walk alone
I walk this empty street On the Boulevard of Broken Dreams Where the city sleeps and I'm the only one and I walk alone
I walk alone I walk alone
I walk alone I walk a...
My shadow's the only one that walks beside me My shallow heart's the only thing that's beating Sometimes I wish someone out there will find me 'Til then I walk alone
Ah-ah, Ah-ah, Ah-ah, Aaah-ah, Ah-ah, Ah-ah, Ah-ah
I'm walking down the line That divides me somewhere in my mind On the border line Of the edge and where I walk alone
Read between the lines What's fucked up and everything's alright Check my vital signs To know I'm still alive and I walk alone
I walk alone I walk alone
I walk alone I walk a...
My shadow's the only one that walks beside me My shallow heart's the only thing that's beating Sometimes I wish someone out there will find me 'Til then I walk alone
Ah-ah, Ah-ah, Ah-ah, Aaah-ah Ah-ah, Ah-ah
I walk alone I walk a...
I walk this empty street On the Boulevard of Broken Dreams Where the city sleeps And I'm the only one and I walk a...
My shadow's the only one that walks beside me My shallow heart's the only thing that's beating Sometimes I wish someone out there will find me 'Til then I walk alone...
가슴이 답답하다.
일기장처럼 쓰는 블로그라 하여도 내 생활을 너무 묘사하는 이야기는 피하는 게 본인의 컨셉. 하여 자세한 이야기는 쓰지 않을 심산이다. 그래도 오늘은 그 컨셉을 좀 벗어나볼까 고민이 될 정도로 답답하다.
내가 좀 사고를 자주 치고 많이 치는 편이기는 하지만, 요즘은 나는 특히 심하다. 연애에서도 인간관계에서도 일에서도 집에서도 온통 사고 투성이인 나의 요즘이다.
오늘은 그 사고들의 접점이 뾰족히 모인 날이다. 여러가지로 싱숭생숭 떨리는 날이다. 그리고 정말 다들하는 말마따나 인생은 외롭다. 그리고 이런 사고들을 쳐놓고도 내가 쿨하게 잘 버티려면 시니컬 한 백 잔쯤 마시고, 무한 이기주의 10인분 먹고 심하게 짜빠질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이 와중에 오늘 점심 때는 8천원으로 올라버린 쌀국수를 먹고, 존경하는 직장상사님의 재밌는 추천기를 들으며 홍대에서 "혼자놀기의 달인" 이라는 놀이책을 사러 다녔다.
아버지의 할머니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아버지가 태어나기 한참 전에 할머니들은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니었다. 아버지에게는 할머니, 하면 떠오르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결핍이라면 결핍이지." 언젠가 아버지가 말했다. 엄마가 옆에서 거들었다. "상처면 상처고." 엄만 일찍 아버지를 여의었다. 아버지, 하면 떠오르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할머니를 생각하면 시간 모자라 못 푼 마지막 문제 같어. 20점짜리 주관식 문제." 엄마가 무릎을 쳤다. "하, 그거 미치지, 미쳐." 그러다 엄마가 핏, 웃었다. "그 문제 답만 적어 냈으면 100점 만점 받았을 거고?" 엄마와 아버지는 딱 십 분이 문제였다. 십 분까지는 서로 잘 맞았다. 엄마의 말처럼 마지막 한 문제의 답만 적어 냈더라면 아버지의 삶은 100점 만점이었을까.